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아롬
“그래. 이. 금. 이. 내 이름이야. 왜 생각이 안 났을까?”
금이 씨는 3년 동안 부은 적금을 타러 은행에 갔어요.
그런데 종이에 이름을 써야 하는 칸을 보고 당황했어요.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혜롭고 용감한 금이 씨는 좌절하지 않아요.
머릿속에서 숨어버린 글자들을 찾아내기로 해요.
금이 씨는 숨어버린 글자들을 찾아 시를 써 내려가요.
‘ㅊ 찬 바람 부는 날에도
ㅋ 코스모스 꽃은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금이 씨는 긴 세월을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았어요.
주변 사람들은 금이 씨를 ‘여보’, ‘아내’ 혹은 ‘OO이 엄마’로 불렀지요.
그래서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이 그림책은 아빠, 엄마가 읽어도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빠, 엄마도 누군가의 아빠,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이름을 가졌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아이도 아빠, 엄마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자
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요.
저자 소개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했습니다. 영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엄마의 기억들이 흐려지는 순간들을 함께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엄마가 늙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식들을 보며 활짝 웃는 엄마를 보며 기억속의 글자들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그 글자들이 잠시 엄마 머릿속에서 숨어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어가는 엄마를 보며 느꼈던 소중한 감정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