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방승현
"그런 말은 이제 하면 안 돼." vs "왜 말 한마디로 그렇게까지 난리야?"
누구나 한 번쯤 일상에서 또는 인터넷 댓글에서 본 적 있을 이런 의견 대립은 도대체 왜 생겨나게 된 것일까? 현대 사회 우리의 언어는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고 복잡한 모습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사용하기 올바르다고 판단되는 언어와 사용하면 안 되는 언어의 기준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평범하게 사용했던 단어들이 어느 순간 불편한 표현이 되고, 선의와 관심의 의미로 사용하던 말들이 어느 순간 무례하고 선 넘는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말 한마디로 인해 오해와 갈등이 커지는 시대, 혹여나 의도치 않게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차라리 침묵을 택해버리는 시대. 유승민의 『착한 대화 콤플렉스』는 바로 이러한 불안 시대 속에서 우리가 겪는 언어적 갈등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유승민 작가는 르포작가로서 현장 취재에서 얻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이 어떻게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는지 설명한다. 실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단어들을 예로 들며 각 단어가 지닌 사회적, 문화적 의미와 그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감정선들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나아가 ‘이렇게 말해도 될까?’라고 걱정하는 사람과 ‘왜 말 한마디로 그렇게까지 난리냐?’고 불편해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을 포착하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건 단순한 언어적 정확성이 아니라, 타인의 시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라는 걸 알려준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히 ‘이 표현은 옳고 저 표현은 그르다’는 식의 교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어 사용에서 오는 불안과 갈등을 진지하게 다루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점점 더 예민해지고 정답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공존을 위한 길을 모색하게 만든다.
내 선의가 무례가 될까 봐 침묵을 선택해버리는 목소리. 그걸 이 책에서는 '착한 대화 콤플렉스'라 가정해봅니다. …… 시시각각 변하는 선의와 무례의 기준 앞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해 본 이들에게 언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말 한마디에 죽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해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이라는 것.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해하다는 것. 그렇기에 정답은 없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착한 대화를 지키고자 하는 분들이 다소나마 해소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p.17)
침묵과 단절보다는 이해와 소통이 있는 사회를 꿈꾸는 저자의 바람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언어로 인한 불안을 극복하고 더 나은 대화와 공존의 방법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 저자 소개 (저자: 유승민)
언어와 사람, 마음과 문화의 연결고리를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 인지언어 연구가. 한국과 일본, 기성세대와 MZ 세대, 과거와 현대 등 그 경계에서 언어를 매개로 관찰하기를 즐긴다.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학원에서 인지언어학을 공부하고 국제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양 문화권 특유의 고맥락 문화, 특히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언어에 미치는 미묘한 상관관계를 비교·분석해 왔다.
첫 책 《감정 문해력 수업》에서는 고맥락 사회에서 ‘한국식 눈치’가 언어로 나타나는 순간을 포착하여 모호함 속에 감춰진 의도를 전했다. 이번 《착한 대화 콤플렉스》에서는 말 한마디에 한껏 예민해진 사회를 관찰하며 사람들이 왜 침묵을 선택하는지, 단어를 둘러싼 맥락은 무엇인지에 대해 세대와 문화, 계급, 젠더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어적 시선에서 풀어냈다.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사회 고발성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현재 JTBC 보도국 〈밀착카메라〉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의 〈6분 집중〉 코너에 출연 중이다. 언어와 계급, 세대를 넘어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소외에 어떻게 가닿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목차
추천사
들어가며
1부. 내 선의가 무례가 되는 사회
‧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늘어가다
‧ 언어에 예민해진다는 의미
‧ ‘예쁘다’고 말하는 게 두렵다면
‧ 오지랖이 단절을 부르는 순간
‧ 단어를 둘러싼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 내가 쓰는 ‘있어 보이는 말’
2부. 말은 잘못이 없다, 쓰임이 잘못됐을 뿐
‧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아줌마’라는 이름을 긍정할 때
‧ ‘라떼’를 말하며 얼굴을 붉힌 까닭
‧ 세상에 ‘노인’은 없다, 미래의 나만 있을 뿐
‧ 언어 안에서 다르게 존재할 자유
3부. 낡은 단어에 물음표를 던질 때
‧ 한 단어에 담긴 세상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 내가 괴물일 수 있다는 자각
‧ 정상 범주를 벗어났다는 시선은 아프다
‧ 당신은 광장 안인가, 밖인가
‧ ‘가족’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싶은 이유
‧ 투명 인간을 구경하는 사람들
4부. 말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 상식에서 벗어나는 단어를 맞닥뜨렸을 때
‧ T는 공감 능력이 없다는 F에게
‧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일까
‧ 맞춤형 사회에 남겨진 언어들
‧ 빈 그릇에 어떤 말을 담아낼 것인가
‧ 부정의 언어가 사라진 세계에서
‧ 결코 언어로 번역할 수 없는 고유의 언어
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