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교에 등교한 첫날입니다. “처음부터 약해 보이면 안 돼.” 걱정이 된 미르는 표정 연습을 합니다.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삐딱하게. 귀찮은 것처럼 눈을 내리깔면서. 벌떡 일어나 내려다보면서 온갖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그런 마음을 모르는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며 장난을 걸자, 미르는 연습한 대로 버럭 화를 내고 마는데요. 과연 무사히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낯선 상황에서는 방어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입니다. 미르가 험악한 표정을 연습하는 이유 역시 새로운 친구들에게 만만하게 보인다면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갔다가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사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미르의 속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미르처럼 무서운 표정의 가면을 쓰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다면, 누군가 여러분과 친구가 되고 싶어도 쉽게 다가오기 어렵겠지요.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렵지만, 그 어색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넘어 서로를 향한 순수한 관심을 확인할 때의 큰 기쁨이 있답니다. 미르처럼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면 우선 표정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 입술 끝에 머금은 한 줌의 미소면 충분합니다. 다가올 관계를 향해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두는 여러분이 되길 응원할게요.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하나 / 2024년 11월
글, 그림 : 유진
어린 시절에 표정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도 가끔 표정 연습을 합니다. 어릴 때는 무섭게 보이고 싶어서 연습을 했고, 요즘엔 안 무섭게 보이고 싶어서 표정 연습을 합니다. 지은 책으로 『똑같아요』 『재미있게 먹는 법』 『드로잉 탐정단』 『수영장에 간 아빠』 『조립왕 장렬이』 『유기견 영남이』 『내가 잘하는 건 뭘까?』 『겁이 나는 건 당연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