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지난 5월, EBS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가 방영되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삶의 막바지에 어떤 장소에서 생을 마감하는가에 주목하여, 호스피스 병원과 그 안의 사람들을 조명하고 그 안팎에서 삶과 죽음의 존엄성을 영상에 담았다. 다큐멘터리는 많은 이에게 공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주었고 8월, 제51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궤를 함께하는 이 ‘각자도사 사회’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의료 인류학자 송병기 작가의 저서이다. 책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서로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生)처럼 이 사회의 분위기가, 죽음을 각자 알아서 잘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 각자도사(死)로 흘러간다고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다.
언론에서 고발하는 시설 내 노인 학대나 환자 소외의 본질을 노동자의 도덕성이나 전문성 결여가 아니라 흔들리는 삶의 조건에서 찾아야 한다. 존엄한 돌봄과 임종을 희망하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운(가족운, 간병인운 등등)이 좋아야 한다. 생애 말기 돌봄 앞에서 그렇게 사람들은 각자도생 혹은 각자도사 하고 있다(본문 26p).
책은 총 2부로 각각 1부는 집, 노인 돌봄, 커뮤니티케어, 호스피스, 콧줄, 말기 의료결정, 2부는 제사, 무연고자, 현충원, 코로나19, 웰다잉, 냉동인간, 영화관 등 죽음과 가깝고 또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하는 중요한 키워드를 통해 화두를 던진다. 모든 키워드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존엄한 죽음과 깊게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저자가 의료 인류학자로서 다양한 취재와 연구를 바탕으로 쓴 사례들이 다양하고 명료하여 각 이야기에 더욱 깊게 공감이 가고 저마다의 경로로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제‧관념‧사회 등이 개인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된다.
지난 10월,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불 꺼진 도서관 불 밝히는 웰다잉 인문학”의 강사로 2회차 강연을 진행한 저자는 “죽음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를 어떻게 가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류학자는 답을 건네주기보다는 사람과 사회 현상을 연구하여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기에, 답을 내려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한 것처럼, 죽음에 관한 상상력은 부족한 것 같다. 좀 더 죽음을 생각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 이에 따른 삶의 질도 나아지지 않을까? 오늘 돌아가는 길에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현재를 살고 있는 누구나 생을 경험한 것처럼, 또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내가 마주할 죽음을 생각할 때 안락사와 환자의 자기 결정권, 초고령화와 가족의 돌봄 그리고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비단 내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언제 어디서 마주할지 모를 이런 요소를 생각해 보고 각자도사가 아닌, 사회적 시스템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존엄한 죽음을 기대하며 일독을 권한다.
♣ 저자 소개 (저자: 송병기)
의료인류학자. 파리대학교병원(AP-HP) 의료윤리센터와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생애 말기 돌봄을 연구했다. 프랑스와 모로코의 노인요양원, 일본의 노인요양원 · 호스피스, 한국의 대학병원 · 호스피스 · 노인요양원 · 노인요양병원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 동료들과 함께 쓴 책으로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가 있다. 현재 죽음과 불평등의 관계를 의료, 금융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 목차
들어가며
1부 각자 알아서 살고, 각자 알아서 죽는 사회
1 집 - 집은 좋은 죽음을 보장하는 장소인가
2 노인 돌봄 - 노인은 국가의 짐인가
3 커뮤니티 케어 -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정책
4 호스피스 - 왜 호스피스는 ‘임종 처리’ 기관이 되었나
5 콧줄 - 콧줄 단 채 생의 마지막을 맞아야 하는가
6 말기 의료결정 -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까
7 안락사 - 왜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 할까
2부 보편적이고 존엄한 죽음을 상상하다
8 제사 - 죽은 이를 기억하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을까
9 무연고자 - 갈 데 없는 삶과 법으로 처리되는 죽음
10 현충원 - 그곳에 ‘보통 사람들’은 없다
11 코로나19 -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말은 무엇일까
12 웰다잉 -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감추는 것들
13 냉동 인간 - 초인간적인 미래, 비인간적인 현실
14 영화관 - 함께 죽음을 보면서 삶을 실감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