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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악 : 천연자원의 문화사
자연의 악  : 천연자원의 문화사
  • 저자 : 알렉산드르 옛킨트 지음 ; 김홍옥 옮김
  • 출판사 : 에코리브르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552p
  • 청구기호 : 909-ㅇ344ㅈ
  • ISBN : 9788962632590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인류는 세상에 출현한 이래,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찾아내며 발전해 왔다. 아무것도 없는 동굴과 움막에서 살며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부터 어제와 오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시공간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현대의 찬란한 과학기술을 비교해 보면 인류의 발전이 새삼 눈부시다. 허나, 이러한 오늘날까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발전에는 인류 외 숨겨진 주인공이자 동반자, 혹은 피해자가 있다. 인류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하나둘 발견되고 개발되어 온 자원그리고 자연이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를 역사 인류학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기존 사회사는 아래에서부터의 역사지만,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곡물, 섬유, 석유 등 자원은 역사에서 소외된 주인공이라 밝히며 이를 주인공 삼아 인류가 개척해 온 길을 살핀다. 저자의 의도대로 책은 자원의 역사 흐름에 딸 1부 물질의 역사, 2부 관념의 역사, 3부 에너지의 역사 순서로 전개하며 그 안에서도 고유한 특성, 요구되는 가공법, 제도, 국가의 정치적 특색을 다룬다.

 

기존에 접할 수 있었던 역사책에서,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도구정도로 여겨져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자원들을 다른 시각으로 접하는 시도가 신선하다. 예를 들어 육류 소비는 보관이 어려워 상하기 쉬운 많은 문화권에서는 엘리트 계급의 특권이었으며, 냉동 장치의 발전이 전 세계에 냉동육을 보급하여 삶을 바꿔놓았지만, 석탄 연소와 이산화탄소 배출, 폐기물 등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피해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모피, 설탕, 향신료, 금속, 석유 에너지 등 자원이 대국적으로 흐르는 역사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흥미롭다.

 

혁신과 노동은 소금 같은 비중독성 재료로 무수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부는 설탕 같은 중독성 상품에 의존했다. 이 시기 유럽의 바로크 건축 양식에는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무언가가 연관 되어 있었다. 상업은 달콤하고 자본은 생산적이며 돈은 노예적이다.···(중략)···곡물은 소작농을, 섬유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낳았다. 한편 차와 설탕은 부르주아 계급을 탄생시켰다(p.116).

 

증기와 전기는 생산적 노동력이 마구간·물레방아·풍차 등 에너지를 공급하는 고정된 특정 장소에 의존해야 했던 유구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로 얻은 이 자유는 산업과 무역, 자원 소비, 환경 오염의 전례 없는 증가로 이어졌다. 화석연료 덕분에 생산은 거친 대지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추출은 여전히 천연자원과 인간 노동력이 만나는 그런 장소들에 얽매여 있다(p441).

 

이 책의 원서명은 “Nature’s Evil” 한국판 서명 그대로 자연의 악이다. 책을 읽기 전엔 인간의 삶을 투쟁과 갈등으로 내몬 자원들이 자연의 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환경 파고와 기후 위기적 관점에서 자연의 악은 어쩌면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하게 된다. 물질과 관념의 역사 속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가?, 무엇인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생각할 기회를 얻길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악은 자연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자연은 또한 악에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은 우리 몫이다. 즉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지금 여기서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오늘 우리 스스로가 취하는 선택이 내일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거에 내린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역설적으로 역사적 경험을 현재와 관련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세상은 인간과 자연의 통합체다(p.20).

 

 

저자 소개 (저자: 알렉산드르 옛킨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헬싱키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부유럽대학교(Central European University)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렌체 유럽대학원(European University Institute, 2013~2022), 케임브리지 대학교(2004~2013),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교(1999~2004)에서 가르쳤다. 뉴욕 대학교와 조지타운 대학교의 객원 교수를 지냈으며, 하버드 대학교·프린스턴 대학교·워싱턴 DC 소재 우드로 윌슨 센터·베를린 지식연구소(Wissenschaftskolleg zu Berlin)·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관심 분야는 러시아제국의 내부 식민지화, 문화 기억 비교 연구, 러시아-미국 및 러시아-유럽 관계사, 저항운동의 동역학 등이다. 2010~2013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 연구원으로서 유럽 연구 프로젝트인 전쟁의 기억: 폴란드·러시아·우크라이나의 문화적 역학(Memory at War: Cultural Dynamics in Poland, Russia, and Ukraine)”을 이끌기도 했다.

 

목차

 

감사의 글

머리말

1부 물질의 역사

01 불 다루기

02 곡물의 길

03 육류, 어류 및 각종 가죽

04 설탕, 향신료, 그리고 온갖 좋은 것들

05 섬유

06 금속

 

2부 관념의 역사

07 자원과 상품

08 자원 프로젝트

09 노동과 중상주의 펌프

10 실패한 자원들

 

3부 에너지의 역사

11 토탄

12 석탄

13 석유

 

맺음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