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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저자 : 권신영 지음
  • 출판사 : 틈새의시간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342p
  • 청구기호 : 012.9-ㄱ529ㅊ
  • ISBN : 9791198387554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고대민

 

영국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음악, 축구, 테니스, 문학 등 다양한 것이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국을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 사건에 대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이다. 달리 해석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영국은 기존의 올림픽처럼 자국 문화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영국의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소재를 섞어 이야기로 만들어 재밌게 풀어내었고, 이는 이야기가 영국의 특성으로서 국제사회에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이야기 능력이 영국의 특성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5세기 책 문화가 다른 유럽 대륙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던 영국은 수백 년간 사회적으로 책을 사랑하였다. 이러한 문화는 독자적인 영문학을 탄생시키고, 영유아에게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타임과 베드타임 스토리 문화가 정착되도록 했다.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수동적존재가 아닌 읽고 쓰는 능동적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니?“에 답할 수 있는 초등학생은 첫 단계이다읽기 교육의 다음 단계는 독서의 궁극적 질문 왜 좋아?“에 답하는 것이었다. 자기 느낌과 생각을 들여다본 후 글로 표현하는 쓰기말이다.” p.153-179

 

보편적으로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질의보다는 책 제목이나 권장 도서에 대한 질의가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좁은 테두리의 학습 수단으로서의 독서보다 개인의 취향과 취미의 영역으로 거리감을 좁히며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한 예시로 영국에서 자녀들을 기르며 겪은 경험을 설명한다. 책 읽어주는 미지의 손님, 독서 연계 수업에 적극적인 공동체를 사례로 들며, 영국인들이 어린 시절 어떻게 책과의 친근감을 쌓고 어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한국에서도 비교적 최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지적 토양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나아갈 부분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적인 의미의 이 탄생하기 전까지 많은 형태의 변화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완성된 형태에 익숙해져 그 과정과 전통에 대해 잊고 말았지만, 영국은 이러한 과정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이야기의 뿌리로서 발전시킨 것이다.

 

무언가가 보물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란 요소가 필수적이다. 많은 경우 매력 없는 구닥다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폐기 처분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국 사회는 신기할 만큼 이 단계를 잘 견딘다. 이는 관광 자본을 형성하고 앤티크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무절제한 개발을 저지하는 힘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이야기는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고 책의 소재가 된다.” p.237

 

개인적으로 영국 도서관과 영국의 책 문화와 독서의 문화 관련 내용에 큰 흥미를 느꼈지만, 고서의 매력을 아는 저자의 관점에서 케임브리지 인근 서점들을 방문하여 마주친 도서들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과거에 있던 다양한 인물들과 연결되어, 마치 그 시대에 들어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다윈과 머레이의 이야기를 통해 출판 과정을 얘기하기도 하고 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보며 시작된 저작권의 역사는 해적판과의 전쟁과 국제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또한 17세기부터 진행되던 구독제도의 변천사와 추천도서 코너, 지역과의 연계를 활용한 판매 전략 등의 방식 현대에 와서 적용된 것이 아닌 과거로부터의 이어져온 산물임을 인지함과 동시에 책에 대한 문화의 뿌리가 깊음을 느끼게 한다.

 

작가 쇼니바레는 도서관을 한 사회의 총체로 바라보고 있다모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을 도서관에 꽂아 넣는 셈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도서관, 이곳이 곧 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p.321

 

영국의 예술가 잉카 쇼니바레는 영국 도서관이라는 작품 제작하고 위와 같이 말했다. 실제로 영국 도서관은 영국 사회의 그 총체적인 공간이자, 각자 개개인의 삶이라는 책을 모아둔 것과 같은 공간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보듯 영국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궁금하거나, 저자가 들려주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영국 유명 명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한다. 출판업계, 또는 독서교육이나 도서관처럼 책과 관련된 일을 한다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어느 오래된 책방에서 고서의 멋스러움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이 책과 함께 가져보기를 권한다.

 

저자 소개 (저자: 권신영)

 

1975년 경기도 연천에서 출생했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 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 연구 과정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했다. 다른 저서로 202311월에 출간될 Moral Autho-ritarianism: Neighborhood Associations in the three Koreas, 1932-1972(University of Hawaii Press, 2023)이 있다.

 

목차

 

추천사

들어가며_이야기의 나라, 영국

1부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1장 책 만드는 사람들

런던은 19세기 영국 지성계의 핫플레이스였다 / 찰스 다윈과 존 머레이 출판사 / 찰스 디킨스와 채프먼&

2장 책을 복사할 권리

엠마는 어디에 / 최초의 저작권법 / 책 상인들의 전투 / 해외 해적판이 성행하다 / 해적판과의 전쟁

3장 이야기를 파는 사람들

역사를 찾아서 / 트리니티 1번지 맥밀런_서점에서 세계 최대 출판사로 / 트리니티 20번지 헤퍼스_만능을 꿈꾸었던 서점 / 워터스톤스_서점, 그 존재를 지켜라 / 데이비드 서점_지역 사회와의 연대

4장 책을 빌려주다

책 빌려주기의 시작 / 우리에겐 순환도서관이 필요해 / 케임브리지 공공 도서관

2부 책 읽는 개인의 탄생

5장 이야기를 듣다

그거 나한테 읽어줄 거예요? / 아이들은 스토리 타임과 함께 자란다 / 베드타임 스토리 / 책 읽어주는 미지의 손님

6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니?

키플링을 좋아하나요 / 듣기에서 읽기로 / 아동 문학과 아동 교육 / 어린이를 노동에서 해방하라 / 아동 문학의 시대가 열리다

7장 이 책이 좋아?

찰스 램의 책이 나를 웃게 했다 / 서평이라는 글쓰기 / 조지 오웰은 직업 서평가였다 / “에 대한 오웰의 대답

8장 북클럽은 ○○○이다

부커상 심사에 참여하다 / 북클럽 성장기 / 북클럽은 아동 복지다 / 북클럽은 전통이다 / 북클럽은 전쟁터였다

3부 책 너머에 존재하는 이야기

9장 이야기 보존하기

옛날 자전거 가게엔 자전거가 없다 / 파란 명판 달기 / 입맛대로 골라 만드는 이야기 / 길 이름에도 스토리가 있다

10장 그란체스터 과수원과 초원

거기에 그 초원이 있다 / 그란체스터 그룹 / 네오 페이건 / 치유의 장소 비트겐슈타인과 버트런드 러셀

글을 마치며_영국 이야기 문화의 미래

인용 정보 및 주 /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