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서주연
조용한 희망은 청소일을 하며 혼자 어렵게 아이를 키워나가는 싱글맘의 이야기로 저자의 실제 경험을 담은 르포르타주다. 단순하게 말하면 가난한 싱글맘의 생활 분투기지만 안에는 미국의 기초 복지제도, 자본주의 사회의 저소득층에 대한 편견, 워킹맘, 미혼모, 여자로서의 외로움, 청소노동자의 삶까지 많은 화두와 키워드를 담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없고 가족의 경제적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당장 햄버거 하나 사먹을 돈 조차 없는 상황, 함께 할 반려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외로운 일일까.
책을 좋아하는 스테퍼니는 문학 관련 대학에 가려는 평범한 여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임스를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가진다. 하지만, 생각지 않은 아이가 생기자 제임스는 아이를 지우라 하고 스테파니가 아이를 낳자 폭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스테파니는 양육권 소송에서 이겨 딸 미아와의 둘만의 생활을 시작한다. 스테퍼니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청소일 뿐이었다. 아이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청소회사에서 일일 근로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지만, 열악한 주거환경과 치료여력이 없어 아이의 건강은 나빠지고 한발짝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책은 스테퍼니가 청소회사에 일용직 근로자로 들어가 청소를 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고있는데 청소하는 집마다 사정과 분위기가 다르다. 자신은 아이와의 하루를 해결하기 위해 남의 집을 청소하는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청소를 돈을 주고 남을 고용해서 하는 집주인들과의 빈부격차를 뚜렷히 느끼며 절망한다. 이런 절망감, 모멸감과는 다르게 자신을 유령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몇몇 집에서의 일화를 통해 그녀는 나름대로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특히, 슬픔의 집은 아내를 잃은 할아버지가 홀로 살고 있는 집으로 이곳에서 스테퍼니는 어떤 삶을 살아도 마지막은 홀로 남고, 아무리 지금이 힘겨워도 딸 미아와 함께 있어 느끼는 따스함, 행복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기자라는 마음을 갖는다. 책은 여실히 가난한 삶을 살며 느끼는 모멸감, 어려움을 보여주지만 이 책이 조용한 희망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한발씩 점차 나아지는 삶의 단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책은 식료품 쿠폰으로 음식을 사는 저소득층을 비웃는 미국인의 모습을 통해 가난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고 엄마지만 어쩔 수 없이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아이말고는 타인과의 교류없는 생활로 외롭고 괴로워하는는 여자 스테퍼니의 모습 또한 담고 있다.
책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 싱글맘의 모습을 담고 있어, 일정 부분 우리의 생활과는 괴리가 있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며 연신 아이를 봐줄 곳을 찾아다니는 스테퍼니의 모습은 우리 주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공감을 자아낸다.
스테퍼니가 청소일을 하며 이 한 권의 저자가 되기까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저자 소개 (저자 : 스테퍼니 랜드)
스물여덟 살에 싱글맘이 되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된다. 6년 동안의 가사도우미 생활 끝에 스테퍼니는 몬태나 주립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허핑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에 칼럼을 기고했다. 현재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공공언론단체인 이코노믹 하드십 리포팅 프로젝트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싱글맘을 위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목차
들어가며 _스테퍼니 랜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부 최후의 보루
1장_ 노숙인 쉼터
2장_ 악몽의 캠핑카
3장_ 온갖 소리가 들리는 임시 주택
4장_ 나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
5장_ 생존을 위한 일곱 가지의 정부 지원
6장_ 농장, ‘정상가족’의 테두리
7장_ 세상에 남은 마지막 일자리
8장_ 포르노 잡지를 보는 집
9장_ 최악의 트레일러
10장_ 헨리의 집
2부 이름 없는 존재처럼
11장_ 원룸 아파트, 다시 둘만 남다
12장_ 비자발적 미니멀리스트
13장_ 마지막 정리, 웬디의 집
14장_ 집이 주는 위로
15장_ 통증을 껴안고
16장_ 너무 많은 편견
17장_ 가난한 백인 쓰레기
18장_ 슬픔의 집
19장_ 끔찍한 하루
20장_ 네가 도대체 어떻게 그걸 다 해내는지 모르겠어
21장_ 광대의 집
22장_ 미아와의 조용한 생활
3부 달라질 거라는 믿음
23장_ 좀더 노력해야죠
24장_ 바다가 보이는 집
25장_ 가장 열심히 일하는 직원
26장_ 새로운 시작
27장_ 여기가 우리집이야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