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우리 둘만 살아남았다
하필 우리 둘만
배지영 장편소설 『담이, 화이』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담이, 화이』는 좀비가 잔뜩 등장하지만 좀비물이라기보다는 ‘인간물’에 더 가깝다. 멸망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지만 종말기보다는 창세기와 더 비슷하다. 가벼운 농담 같으면서도 웃음보단 서늘함이 앞서고 의미 심장한 우화 같으면서도 상징보단 현실감이 더 두드러지는 이 소설의 백미는 낯선 배경과 익숙한 감정의 부조화에 있다.
지하에서 하수관을 청소하는 남자 담과 백화점 지하주차장 정산소에서 일하는 여자 화이. 옷깃도 스친 적 없는 두 사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의문의 대재앙 가운데 살아남는다. 생존을 위해 두 사람은 협업 아닌 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위협 없는 세계의 진짜 위협은 ‘둘’이라는 조건이다. 누가 둘이 더 낫다고 했는가. 이들은 차라리 혼자이길 바라듯 서로를 탐탁치 않아 한다. 둘도 힘든 ‘나 혼자’ 세상, 사랑과 연애가 종말을 맞은 세상. 『담이, 화이』는 도저한 시체들 사이에서 진짜 죽어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 소개출처: 온라인서점(알라딘)
저자: 배지영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란씨」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오란씨』, 『근린생활자』와 장편소설 『링컨타운카 베이비』, 『안녕, 뜨겁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