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다은
SNS을 켜면 친구들의 취미 혹은 관심사가 무엇인지 대화를 하지 않고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제는 나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단순히 분업화된 사회에서 일을 잘 한다는 개념을 넘어, 삶에서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길 원하고, 사회구조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허무함과 공허감은 커진다.
저자는 현대인의 공허감이 커진 원인으로 디지털화된 환경과 스마트폰을 언급한다. 요즘 사람들의 손에는 고가의 디지털 기계를 하나씩 들고 다닌다. 지하철에서도 책이나 신문을 보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스마트폰으로 숏폼과 같은 요약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고, 영상 하나를 보고 있다 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가 있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의해 우리는 정신적으로 지배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에 끌려다니며, 몰입과 집중하는 힘은 저하되고, SNS속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공허감은 더 극대화된다.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고, 특히 한국은 IT 강국이라 불릴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분명히 사회는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뉴스에서 우울증 환자가 증가했다는 소식, 각종 폭력 사건 등을 자주 접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며, 매 끼니마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회사에 다니면서, 일 잘하는 사람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했을까?
“치열한 경쟁, 빈번한 변화, 고강도의 삶으로 말미암아
현대인은 자꾸만 ‘나 자신’과 ‘의미’ 따위를 잊는다.”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답은 없다. 각자가 느끼는 의미,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강박과 부담을 가지기보다 우선 나를 먼저 인정하고 믿어줄 때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의미는 거창한 말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관심 갖고 나를 돌아봄으로써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철학적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지금 이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원인에 대해 심도 있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사회학자임에도, 마치 한국의 현대사회와 현대인이 느끼는 감정들을 깊이 들여다본 것처럼 느껴졌다. 사회학에 관심이 있거나 요즘 세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은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께서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그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그 정답이 아니라, 진정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저자: 멍칭옌 孟庆延)
중국 정법대학 사회대학원 박사 지도교수. 2003년 난징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중국 정법대학과 칭화대학에서 각각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법대학 사회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작 『원류: 사물의 기원과 발전』이 중국 대표 온라인 서점 당당왕에서 사회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팟캐스트 ‘동창시땨오’에서 「사회병리학」, 「산하기」 코너의 패널로 활동 중이다. 오디오 플랫폼 ‘히말라야’에서 진행하는 「인문 교양 상식 100강좌」의 사회학 코너를 담당했으며, 팟캐스트 ‘칸리샹’의 「현대세계 500년: 무엇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는가」의 시즌1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목차
추천사 - 당신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시간
프롤로그 - 누구의 문제인가
1장 추상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1. 현대인의 공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
ㆍ인생이란 먹고 죽으려고 사는 여정이다
ㆍ삶의 의미,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ㆍ허무한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ㆍ삶, 누가 낸 문제길래 이리도 어려운지
2. 디지털 덫에서 탈출하기, 게임 중독의 심리
ㆍ중독, 그것은 우리의 내면에 세팅된 습관이다
ㆍ하나의 ‘신체 기관’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ㆍ허구와 진실이 공존하는 이율배반의 세상
ㆍ가상 세계를 넘어서, 현실에 집중하기
3.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식민지
ㆍ알고리즘, 조용히 우리의 삶을 잠식하다
ㆍ알고리즘의 얼굴 없는 지배자
ㆍ행위의 패턴으로 짜인 지배 시스템
ㆍ우리 머릿속의 새로운 주인들
4. 우리는 어떻게 ‘트루먼 쇼’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
ㆍ21세기의 새로운 ‘파놉티시즘’
ㆍ예측할 수 없는 타인의 마음
ㆍ언제 어디서든 감시당하는 현대 사회
ㆍ드러나는 것에만 머물러 있는 세계
5. 사이버 폭력, ‘키보드맨’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ㆍ잔인함과 포악함, 진정한 현대성의 뿌리
ㆍ맥락을 잃은 정보의 진실
ㆍ‘탈맥락화’된 시대, 대중의 논리적 판단은?
ㆍ정서의 파도 속을 헤매는 인터넷 민중
2장 현대인의 공허, 그리고 그 너머
6. 다수가 만든 외모의 올가미
ㆍ얼굴, 현대 사회의 비언어적 언어
ㆍ미용 산업이 만든 ‘표준화된 아름다움’
ㆍ은밀하게 이뤄지는 다수의 폭정
ㆍ매력적인 사람의 사회적 비밀
7.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
ㆍ타지를 향한 현대인의 동경
ㆍ텅 빈 마음을 채우려는 ‘도장 깨기’ 식 여행
ㆍ유목민의 파라다이스
ㆍ‘주변’이 없는 삶,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
8. 집은 많지만 내 집은 없는 현실
ㆍ집은 생산라인의 엔진이다
ㆍ도구가 되어버린 현대인의 쉼터
ㆍ우리가 짊어진 시대의 짐, 집
9. 상아탑, 교육산업이 가공업으로 변한 이유
ㆍ아름답고도 잔인한 오해에 관하여
ㆍ기괴하고 잔혹한 대학의 현실
ㆍ비의도적인 결과가 낳은 교육기관 현장
ㆍ우리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
3장 존재의 가벼움, 관계의 무거움
10. 필요와 욕망 사이, 소비가 묻는 질문
ㆍ누가, 어디에서 쏘아대는 화살일까
ㆍ생산과 소비, 현대 사회의 이란성 쌍둥이
ㆍ느린 혁명이 가져온 결핍과 풍요
ㆍ소비주의로 점철된 현대 사회의 민낯
11. 고령화 사회, 당신의 부모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ㆍ이미 시작한, 곧 다가올 미래
ㆍ고령화와 시스템의 위기
ㆍ개인적인 선택이 된 출산
ㆍ닫혀버린 관계, 세대의 틈
12. 현대 사회에 우울증이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
ㆍ우울은 인류 사회의 전염병이다
ㆍ마음의 질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대
ㆍ긴장감, 현대 문명의 파생품
ㆍ내가 사는 곳에 살아가는 타인
13 우리는 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지 못하는가
ㆍ시시때때로 밀려오는 그리움
ㆍ무의식중에 자꾸만 하게 되는 비교
ㆍ삶의 여정이 오롯이 새겨진 나, 그리고 우리
ㆍ인간은 과거를 짊어지고 앞으로 ‘기어가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