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공간, 탐스러운 식탁 앞에 이상한 손님들이 모인다
불편하고 황홀한 욕망의 집, ‘레스토랑 핑크’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레스토랑 핑크’, 이곳은 정해진 메뉴 없이 고객의 특별 주문대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는, 어디에도 없는 레스토랑입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과연 어떤 특별 주문을 할까요? 그런데 첫 번째 테이블의 주문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옆 사람과 똑같이 맞춰 먹는 강박적인 모습, 딸기 케이크에 극도로 집착하는 모습, 음식을 즐기지 않고 먹어 치우는 탐욕스러운 모습 등 비뚤어진 욕망들이 식탁 위에 고스란히 펼쳐집니다. 화려함의 기호인 핑크로 치장된 이 레스토랑은 각자의 마음에서 넘치는 갈망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 곳입니다.
이들의 식사 풍경을 들여다보면,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취하고 싶은 욕망, 남들보다 훌쩍 앞서고 싶은 욕망, 남들에게 매우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욕망 등 여러 종류의 욕망이 짐작됩니다. 또, 불신에 사로잡혀서, 우월감에 젖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알지 못해서 욕망을 누릴 수 없는 불안한 심리도 드러납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이 장소만이 환상일 뿐, 욕심에 빠진 캐릭터들의 태도가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이곳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한, 끝없는 욕망의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어떤 주문을 요구하고 싶을까요? 바람직한 정답은 알고 있지만 자꾸만 고민하게 되는 이곳, 우리가 바로 레스토랑 핑크의 n번째 손님일 것입니다.
- 소개출처: 온라인서점(알라딘)
저자: 이지현
그림책 작가. 『수영장』 『문』 『이상한 집』 『마지막 섬』 『나는 요정이 아니에요』를 쓰고 그렸습니다. 『수영장』으로 미국일러스트레이터협회 ‘최고의 그림책상’, 포르투갈 아마도라 국제만화축제 아동도서부문 ‘최우수 외국 일러스트레이터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