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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
어느 아이 이야기
  • 저자 : 김안나 지음 ; 최윤영 옮김
  • 출판사 : 을유문화사
  • 발행연도 : 2025년
  • 페이지수 : 312p
  • 청구기호 : 853-ㄱ821ㅇ=2
  • ISBN : 9788932475585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하나

 

1950년대 미국 위스콘신, 한 아이가 태어났다. 백인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흑인의 신체적 특징을 가진 대니는 특별한 아이로 낙인찍힌다. 그의 출생은 소도시에 소문과 불안을 퍼뜨렸고, 사회복지국은 혼혈아이가 유전적으로 조화로운입양 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생부의 인종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대니의 혈통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2010년대에 이르러 오스트리아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랜은 대니의 부인 조앤의 부탁으로 다시 과거를 뒤쫓는다. 대니를 사랑해서 그에 대한 멸시와 그가 겪는 고통은 끌어안았지만, 그를 닮은 아이는 차마 가질 수 없었던 백인 조앤. 대니에게 같은 종류의 사람들과 있을 때 편안한지를 묻고, 대니의 혈통을 찾아내 그에게 정체성을 쥐여 주고 싶었던 조앤의 시선은, 50년 전 사회복지국의 그것과 닮아있다. 프랜이 가시성의 멍에를 지적하자 조앤은 어떻게 그것(차이)을 보지 않을 수가 있냐고 반문한다.

 

가시성은 투명하지 않다. 우리는 외형적 차이를 보는 순간 그 사람을 규정한다. 그리고 특정한 위치로 밀어 넣은 다음 몇 마디로 축소시켜 버린다. 마치 본질을 보지 않기로 결정한 것처럼. 작가는 소설을 통해 보는 행위에 내재된 폭력성을 지적하며, 타자의 삶을 끊임없이 관찰·분류·축소하는 시선을 고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커다란 혐오와 폭력이 아닌, 선의에 의해 숨은 배제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인종 차별이 아니다. ‘예외의 존재들이 소속되지 못한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이들은 정체성의 문제에 부딪히는가. 정체성은 외형적 유사성이나 출신에서 오는가. 우리는 이제 진부한 뿌리 이야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프랜은 거울을 볼 때 엄마의 얼굴(아시아 여성)을 본다는 말을 부정한다. 나는 거울을 볼 때 아시아 여자도 아니고, 아시아계 오스트리아 여자도 아니고 나, 프랜만을 본다’. 한국계 오스트리아인으로서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가는 김안나 작가가 프랜을 빌려 전하는 답이다. 거울을 본다는 건 타인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으로 자신을 정의하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나는 나를 누구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대답은 결국 나의 몫이다.

저자 소개 (저자: 김안나)

 

1977년 대한민국 대전에서 태어났고, 1979년 독일로 이주했다. 빈대학에서 철학 및 연극학을 전공했다. 1999년부터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2004년에 그림의 흔적Die Bilderspur으로 데뷔했고, 이후 얼어붙은 시간Die gefrorene Zeit(2008), 밤의 해부학Anatomie einer Nacht(2012) 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현재 독일어권 문학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엘리아스 카네티 장학금, 로베르트 무질 장학금, 오스트리아 문학 국가 장학금 등을 받았다. 밤의 해부학으로 유럽 연합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어느 아이 이야기Geschichte eines Kindes(2022)는 독일 도서상과 오스트리아 도서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