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심현아
인류 역사에는 기원이 되는 뿌리가 있다. 뿌리를 잃은 민족은 시련이 닥쳤을 때 이리저리
흔들리다 사라지는 사례를 흔히 본다. 뿌리를 잘 보전하면 오래 생존할 수 있고
긍지와 정체성을 흔들림 없이 간직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역사뿐만 아니라
언어도 그 이름을 짓게 된 뿌리가 있다. 말의 뿌리를 추적해 보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게 되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의 문화적 배경을 잘 알게 된다.
특히 우리말에는 그 기원이 고유어인 것 같은데 알고 보면 한자에서 비롯된
어휘들이 참 많다. (본문 86p)
요즘의 다양한 이슈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몇 가지 이슈들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문해력’이다. 중식(中食) 의 뜻을 몰라 중식(중국음식) (한자는 동일함)으로 해석하거나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해석하기도 하고 최근에 모 사극 드라마에서는 태평성대 (太平聖代)를 클 ‘대’ 자인 ‘大’ 로 표기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한자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한자를 모르는 일이 더 많다.
한자는 우리의 삶에 오랜기간동안 당연하고 뿌리 깊게 녹아있다. 일상생활에서의 한자는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하게 그 자리에 있어 우리가 때론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한자의 특징은 글자 하나 마다 개별적인
뜻이 있으며 때로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더라도 한자를 알면 내가 가는 산이 어떤 산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산,악,봉 등 산 뒤에 붙은 글자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북한산, 지리산, 금강산은 산봉우리가 수백 미터
이상이기에 ‘산’이라는 글자를 붙였다. 반대로 산봉우리가 낮으면 언덕,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으면 산맥,
바위가 많아 가파른 산에는 ‘악’을 쓰기도 한다.
한자를 필수로 배우던 시대가 있었고 시간이 흘러 현재에는 어쩌면 한자보다 영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한자는 ‘쓸모없는 언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존 단순히 한자의 소개를 다루는
책들의 한계를 넘어 한자라는 언어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한자의 쓸모’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한자가 어렵거나 한자에 관심을 가지려는 초심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 속의 나오는 문장처럼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눈과 귀로 인해 생기는 편견과 선입견에 갇히지 않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박수밀)
작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고전의 지혜를 담백하면서 맑은 언어로 풀어내는 고전학자. 옛사람의 글에 나타난 심미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의식을 ‘지금·여기’의 현장에서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미시적 관찰과 거시적 조망의 균형 감각을 놓치지 않으면서 문학을 교육, 역사, 철학과 연결하는 통합의 학문을 지향한다. 고전의 인문 정신과 글쓰기, 생태 정신과 동아시아 교류사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특히 연암 박지원을 오랫동안 탐구해 오고 있으며, 그 결실로 《연암 산문의 멋》, 《열하일기 첫걸음》,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을 저술했다. 고전을 ‘지금·여기’와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한자의 쓸모》,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오우아: 나는 나를 벗 삼는다》, 《청춘보다 푸르게, 삶보다 짙게》, 《탐독가들》, 《리더의 말공부》, 《고전 필사》 등을 썼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 《과학기술 글쓰기》(공저)를 저술했으며,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 《살아있는 한자교과서》(공저), 《기적의 한자학습》(공저),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해결 초등 글쓰기》 등을 썼다. 역서로는 《정유각집》(공저), 《연암 산문집》, 《연암 소설집》 등이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한자의 뿌리와 쓰임새
1장 비슷하지만 다른 한자
‘본다는 것’의 차이
두 개의 이름을 갖는 글자
안중근 의사(義士)와 유관순 열사(烈士)
직업에서 ‘사(師)’와 ‘사(士)’의 차이
조선의 왕들, 조(祖)와 종(宗)의 차이
영혼의 안식처, 집의 다양한 명칭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 산의 차이
질(疾)과 병(病)의 차이
비슷하지만 다르게 쓰는 말
동물의 독특한 특성에서 생긴 말
상상의 동물에서 나온 말, 낭패(狼狽)와 유예(猶豫)
비난과 비판, 지양과 지향의 차이
토론과 토의, 분류와 분석의 차이
같은 음, 다른 뜻을 지닌 말
양(洋)과 해(海), 만(灣)의 차이
2장 우리말의 뿌리
언어도 각자의 사연과 그만의 역사가 있다
잘못 쓰기 쉬운 우리말
‘없다’가 꼭 필요한 말
본래 의미와 쓰임이 달라진 말
죄와 벌을 나타내는 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시작
사물의 쓸모가 만든 한자
전쟁에서 유래한 말
머리와 관련한 우리말
일상에서 쓰는 관용어
사물의 모양을 본뜬 글자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
잘못 알고 쓰는 일본말
불교에서 유래한 말
3장 뜻이 대비되는 한자
위와 아래[上下], 사람 위에 사람 없다
왼쪽과 오른쪽[左右],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안쪽과 바깥쪽[內外], 안과 밖은 연결되어 있다
동쪽과 서쪽[東西], 달마는 동쪽으로, 손오공은 서쪽으로 간 까닭
봄과 가을[春秋], 봄의 설렘과 가을의 잔잔함
금, 은, 동[金銀銅], 은과 동에도 똑같은 땀의 무게
길고 짧음[長短],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출입(出入), 나가고 들어가는 지혜
촌(寸), 척(尺), 장(丈), 어느 것이 더 길까?
흰색과 검은색[黑白], 옳고 그름을 가리다
손과 발[手足], 무슨 일이든 손발이 맞아야
귀와 눈[耳目], 듣는 귀와 보는 눈
2부
한자가 들려주는 삶과 문화 이야기
1장 삶의 지혜를 담은 한자
친구,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사람
결혼, 만남에서 밀월여행까지
늙음은 숫자에 있지 않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말들
평생 해야 하는 공부
과거 시험에서 나온 말
기(氣)와 관련된 생활어
삶의 주인은 나, 스스로 자(自) 이야기
뜻도 모르고 쓰는 속담
세 치의 무기, 혀
독(毒)이 되기도, 약(藥)이 되기도 하는 술
사람의 개성을 살려주는, 옷
바둑에서 배우는 인생
2장 한자로 배우는 문화 이야기
오래된 미래, 역사의 교훈
우리나라 대표 음식, 김치
두 번이라서 더 좋은 날, 설날
날마다 즐기던 음료, 차(茶) 이야기
임금이 지내던 집, 궁궐
물고기에서 유래한 한자
숫자에 담긴 상징
자유와 희망의 상징, 새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평안과 휴식의 공간, 섬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즐겁다
약자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법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경제
찾아보기
도움받은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