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현정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아트 컬렉터는 故 이건희 회장일 것이다. 2021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망 이후 기증한 2만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이 화제를 모으면서 ‘아트 컬렉션’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한층 더 확산되었고 이를 통해 미술사에서 개인 컬렉터의 역할과 위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트 컬렉터의 시대」는 단순히 이러한 아트 컬렉터들의 행보만을 추적하는 책은 아니다. 컬렉터를 풍향계로 미술시장의 발전, 돈의 흐름, 시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1~4장은 미술시장이 등장해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4개의 중요한 역사적 사례와 순간을 다루고 있고, 5장은 21세기 현대미술 시장이 이러한 조건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필자의 경우 미술작품의 수집은 재테크의 한 분야라고만 생각했고 작품의 가격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일부러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도록 책정하는 것이란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작품들에 대한 해석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떤 작품이 선호되고 어떻게 가치가 매겨졌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일반 시장에서는 시장의 수요가 작품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 것에 반해 미술시장에서는 작품과 가격 사이의 관계가 훨씬 복잡하다. 미술시장에서는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예술 작품이 유통되는 데다가 ‘희소성’, ‘독창성’과 ‘혁신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 p. 255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자가 친절하게도 잠재적 컬렉터들을 위해 미술 투자의 기본 원칙, 방향성, 현황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까지 설명해 주었다. 투자의 시대에서 미술시장과 컬렉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소개 (저자: 고동연)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냉전의 기억, 소비문화와 젠더의 관계성을 다뤄온 미술사가이자 비평가이다. ‘신도 작가지원 프로그램’ 국제심사위원(2011~2014),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집행위원(2017~2021),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4’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미술사, 영화이론, 미술경영 분야의 논문 40여 편을 등재 학술지(KCI)와 국제 유명 저널(AHCI)에 발표해왔다. 특히 「인터-아시아 문화연구」(러틀리지), 「플래시 아트」, 「모던 아트 아시아」, 「입장들」(듀크대학교), 「사진과 문화」(러틀리지) 등에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동시대 미술에 관한 글과 연구가 게재됐다.
한국 미술 현장을 분석하고 미술계 인사들을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다수의 저서를 집필, 『응답하라 작가들』(2015), 『Staying Alive: 우리 시대 큐레이터들의 생존기』(공저, 2016),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2018),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공저, 2019),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여성, 엄마, 예술가 사이에서 균형 찾기』(공저, 2022), 『The Korean War and Postmemory Generation: The Arts and Films in South Korea(한국전쟁과 전후기억의 세대: 남한의 동시대 미술과 영화)』(런던, 러틀리지, 2021) 등을 펴냈다. 또한 이정실 교수와 공저한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Art in Context, 1950-Now(전후 맥락에서의 한국미술사)』(런던, 블룸스버리)가 2025년 5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글로벌 미술시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목차
감사의 말
추천의 글
프롤로그_ 아트 컬렉터의 시대
1장_ 더치 황금기의 미술시장: 사유재산으로서의 유화
더치 황금기: 미술시장의 조건/ 유화의 탄생과 더치 공화국의 예술가/ 세속화: 종교개혁과 미술시장/
장르화와 일상성의 신화/ 동인도 회사와 중국 도자기/ 예술가 계층의 양극화와 키치/
더치 황금기 미술시장으로부터 배우다
2장_ 화상의 네트워크와 전위예술 시장: 폴 뒤랑-뤼엘의 화랑가
19세기 파리 화랑가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오스만의 파리와 화랑가의 탄생/ 라핏가의 시작: 뒤랑-뤼엘 갤러리/
후견인에서 동력자로: 입체파의 화상 칸바일러/ 파리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파리로/ 라핏가의 유산을 물려받다
3장 미국 미술관과 슈퍼 컬렉터의 등장
‘미술계’와 제도 이론/ 미술시장과 미술관: 멀고도 가까운 사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의 탄생/
반스 재단: 유럽 모더니즘을 컬렉팅하다/ 뉴욕현대미술관: 1950~1960년대 미국 미술을 컬렉팅하다/
뉴욕현대미술관과 팝아트: 공격적인 컬렉터, 로버트 스컬/ 뉴욕현대미술관과 미술시장으로부터 배우다
4장 사치 효과: 매개자에서 컬렉터의 시대로
미술계의 맨부커상을 꿈꾸다/ 컬렉터와 투기꾼 사이에서 1: 젊은 작가의 후원자?/
컬렉터와 투기꾼 사이에서 2: 21세기 경매를 향하여/ 사치의 유산: 글로벌 예술시장과 글로벌 예술가/
뉴노멀: 경매의 시대/ 『Frieze』와 Freeze: 신 아트페어의 시대/
수수께끼: 컬렉터의 시대, 예술가와 매개자의 변화된 위상
5장 21세기 컬렉터 입문
누가 예술작품을 구입하는가/ 어떤 예술작품이 인기가 있고, 가격대는 어떠한가/
작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품을 구매하기에 좋은 시즌이 따로 있는가/
투자 목적의 작품 구매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작품 구매에 앞서 확인할 것은 무엇인가/
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구매 후 법적인 이슈와 보관은 어떻게 하는가
에필로그_ 투자의 시대와 독립적인 컬렉터
미주
도판
색인
한눈에 보는 미술계 주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