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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
  • 저자 : 다지마 유코 지음 ; 이소담 옮김
  • 출판사 : 북트리거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309p
  • 청구기호 : 499.5-ㄷ44ㅈ
  • ISBN : 9791189799946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나에게 '고래'라는 동물은 멀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동물이었다. 어릴 적에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삼킨 고래가 나오는 피노키오 그림책을 닳도록 읽었고, 종종 돌고래 떼를 만날 수 있다는 인근 바다에 나가 하염없이 고래를 기다려 보기도 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고래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막연히 인간에게 친근하다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2022년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 2>에서도 나비족과 고래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책의 저자인 다지마 유코도 이런 포유류성' 때문에 고래에게 점차 빠져들었다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고래는 포유류이다. 아가미로 호흡하도록 진화했다면 살아가기 편했겠지만, 여전히 정기적으로 수면에 고개를 내밀어 산소를 들이마셔야 하는 불편한 폐호흡을 하고 있다. 또한 알이 아닌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개체이기도 하다. 이렇게 가혹한 바다 환경에서 포유류로 살아가려는 그들의 모습에 긍지를 느끼며 저자는 오랫동안 고래를 연구해 왔다.

 

이 책에는 '좌초'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언급된다. '좌초'란 해양 포유류가 어떤 이유로 육지에 떠밀려 와 자기 힘으로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해양 포유류의 좌초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학자가 활발히 연구 중인데, 이들은 좌초된 해양 포유류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득달같이 찾아가 사체를 얻어오거나 가끔 수족관에서 폐사한 개체를 얻기도 한다. 우리나라보다 동물 보호 여건이 나은 일본도 지자체에서 고래를 대형 쓰레기로 처리해 버리기 전에 얼른 현장에 달려가 사체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 설득하고 나서야 힘들게 허가를 받아낼 수가 있다는 대목에서 놀라움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렇게 노력 끝에 마주한 사체는 해부하여 박제로 제작하거나 표본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나는 한때 '박제'라고 하면 동물에게 몹쓸 짓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전시된 고래의 박제를 통해 큰 몸집과 장기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거나, 다양한 고래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개체를 알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본인의 행복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 부분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해양 생물에게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과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어로 된 원제목의 의미가 궁금해 번역해 보니 한국어 부제목과 비슷한 의미였다.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라는, 새롭게 부여된 한국 제목에서 고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저자의 마음이 더 깊이 와닿아서 좋았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에 인간관계가 힘들어 사람과 접할 기회가 적은,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동물학자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로 협력하며 공생하는 해양생물들처럼, 또한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들처럼, 이 책을 읽고 인간과 야생동물이 평화롭게 연결되며 공존할 방법을 고민하고 함께 찾아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 소개 (저자: 다지마 유코)

 

田島木綿子

1971년에 태어났고, 일본수의생명과학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학부생 시절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야생 오르카(범고래)에게 반해 해양 포유류 연구자로 살고자 다짐했다. 도쿄대학 대학원 농학생명과학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동 연구과의 특정 연구원을 거쳐 2005년부터 미국 해양포유류위원회 초빙 연구원으로 텍사스대학교 의과대학과 해양포유류센터에 몸담았다. 2006년에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지원 연구원이 되었고, 현재 연구 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해양 포유류 대전의 총감수를 맡았고, 돌고래 해부학돌고래 해부학 속편을 공저했다. 해양 포유류, 특히 고래가 해안가로 올라와 죽게 되는 좌초현상을 분석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고래 부검과 박물관 표본화 작업을 주로 한다. 그 일로 전국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와중에 잡지 기고와 서적 감수를 하는 한편, 텔레비전에 출연하거나 강연을 하기도 한다. 취미는 영화 감상과 혼자 노래방 가기, 사랑하는 고양이와 놀기, 좌우명은 겸허함을 잊지 말 것!’이다.

 

목차

 

1장 해양동물학자의 땀투성이 나날

산처럼 쌓인 물개와의 만남/ 드디어 물개 박제를 제작하다!/ 표본은 박물관의 생명/ ‘고래 뼈 국물냄새에 찌들어 가며/ 해양 포유류는 몸무게도 어마어마하다/ 대형 고래는 장기 크기도 파격적이야!/ 좌초 현상은 갑작스럽게/ 온천에서 일어난 괴상한 냄새 소동/ 우리의 괴상한 냄새가 추억으로 바뀌는 날/ 다시 바다로 돌아간 괴짜들에게 배운 것

[칼럼] 국립과학박물관 특별전이 열리기까지

 

2장 모래사장에 떠밀려 온 무수한 고래들

대왕고래와의 만남/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인 기회/ 새끼 고래의 위에서 나온 플라스틱/ 고래는 폭발한다/ ‘수염고래이빨고래’/ 편하게 먹이를 잡는다고? - 수염고래/ 수수께끼 가득한 이빨고래를 추적하다/ 이빨이 있는데 오징어를 통째로 삼키는 고래/ 샤넬 No.5는 향고래의 냄새?/ 고래의 수수께끼는 더욱 깊어진다/ 14마리의 향고래가 떠밀려 온 날/ 조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전국 모래사장에 잠든 고래들

[칼럼] 고래 골격표본은 1마리당 1,000만 엔?

 

3장 좌초 현상의 수수께끼를 쫓다

좌초가 뭐예요?/ 좌초 지도로 알 수 있는 것들/ 왜 고래는 해안에 떠밀려 오는가/ 조사 도구는 일류를 써야지/ 외형 조사로 원인을 찾다/ 장기 조사는 힘쓰는작업/ 조사 현장의 필수품/ 유치원생 아이들에게 즉석 고래 교실을 열다/ 일본과 해외의 좌초 관리 시스템/ 만약 해안에서 고래를 발견했다면

[칼럼] 여성 연구자는 큰 동물에 끌린다?

 

4장 한때 돌고래에게는 손도 발도 있었다

돌고래는 귀여운 고래/ 손은 지느러미가 되고, 다리는 사라지다/ 물고기 흉내를 낸 포유류/ 돌고래가 빠르게 헤엄치는 비밀/ ‘초음파로 주위를 탐색하다/ 돌고래와 고래의 장기는 동글동글하다/ 사랑받는 캐릭터 상괭이가 알려 준 것들/ ‘집단 좌초는 왜 일어날까?/ ‘자그마한 살인자 고래’, 들고양이고래/ 유빙에 갇힌 범고래 12마리/ 어서 오세요, 범고래 맞선 파티/ 라이더 하우스의 밥과 거북에게 위로받다

[칼럼] 국립과학박물관의 레전드 와타나베 씨

 

5장 물범의 고환은 몸 안에 들어 있다

물범, 물개, 바다코끼리는 친구/ 암컷은 강한 수컷 이외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수족관 쇼는 물갯과의 독무대/ 수중 생활에 더욱 잘 적응한 물범과의 생태/ 바다코끼리는 암컷에게도 엄니가 있다/ 야생 바다사자 무리에게선 지독한 냄새가 난다/ 새끼의 생존 전략 - 펭귄 편/ 오호츠크 돗카리 센터의 턱수염바다물범/ 해달은 육상에서 거의 못 걷는다

[칼럼] 국립과학박물관의 화백 와타나베 씨

 

6장 듀공, 매너티는 타고난 채식주의자

인어 전설에 이의 있습니다!/ 듀공, 매너티의 주식은 해초’/ 편하게 수중에서 떴다 가라앉았다 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은 코끼리에 가까운 듀공과 매너티/ 플로리다에서 만난 매너티/ 화려한 관광지 그늘에서 벌어지는 일/ 듀공 표본 조사 in 푸켓/ 태국 연구자 칸자나 씨/ “다지마 씨, 오키나와에서 듀공이 죽었는데.”/ 엄청난 압박 속에서 사인을 찾다/ 스텔러바다소는 왜 멸종했을까

[칼럼] 멸종 위기인 해부학자들

 

7장 사체에서 들리는 메시지

사체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사인으로 이어지는 한줄기 길을 온 힘을 다해 찾다/ 대왕고래 새끼의 위에서 해양 플라스틱이 발견되다/ 환경오염물질 ‘POPs’의 위협/ ‘위가 텅 빈고래의 수수께끼 /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