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F(Science Fiction) 장르문학을 좋아합니다.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고전문학 혹은 현대문학 그리고 시를 좋아했으니까요. SF는 저에게 현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을 요구하는 영역이어서, 크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러분, 인간은 정말로 대단한 존재이지요(이 ‘대단한’이 아직은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역사는 후에 평가되는 것이니까요)!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챗GPT가 보고서를 쓰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시험 운전을 시작하는 세계! 이 모두가 십수 년 전만 해도 막연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때, 과학이 발전한 문명을 생각해 볼 때의 일이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SF 장르문학이 좋아졌어요. 과거에는 ‘상상’이었다면, 이제는 ‘현재’에 가깝게 다가온 미래, 추측해 볼 만한 일이 되어버린 거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책을 손에 올려 봅니다. 「도플 인간」.
한번 추측해 볼까요? 보드게임 도블이 아닌 ‘도플’은 ‘도플갱어’를 의미하는 것 같고, 그렇다면 ‘도플 인간’은 도플갱어 인간의 줄임말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면, 여러분은 방미진 작가의 3부작 시리즈에 흠뻑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작년에 출간한 「도플 인간」 이전에 「진화 인간」과 「비누 인간」이 있어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메이즈러너’ 등을 떠올린다면 ‘시리즈’라는 개념이 쉽게 잡힐 텐데요. 저는 이번에 「도플 인간」만 읽었습니다. 한 권으로도 아주 재밌었고요, 앞에 나온 시리즈들도 읽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답니다.
자, 다시, 책으로 돌아옵니다. ‘도플 인간’은 ‘비누 인간’이자 ‘진화 인간’이었던 주인공 다엘로부터 추출한 나노 세포를 이식받은 인간으로부터 생겨난 인간입니다. 나노 세포를 이식받은 평범한 인간들은 분열을 하게되고, 이 분열을 통해서 자기와 똑같은 ‘도플 인간’이 태어나요. 문제는 정말로 똑같아서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아니 구분이라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생겨요. 하지만 나와 똑같은 인간이 증식하게 되면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해요. 일하는 내가 2명이 된다면 1명은 쉴 수 있겠지?하는 저의 짧은 생각도, ‘그럼 누가 쉴 거야?’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둘다 똑같은 나라면, 누가 선택을 하는게 옳은가? 싶은 거지요.
책을 모두 다 이야기하면, 읽어가는 재미가 없어 더 이상 옮길 수 없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렵지 않게 쉼 없이 읽게 되는데요, 이런걸 ‘흡입력이 좋다’라고 부르지요. 오랜만에 책에 흠뻑 빠져 읽은 경험을 하게 되어, 저는 무척 좋았는데요. 어린이 여러분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읽고, 책 안에 나오는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아요! 과학과 윤리‧도덕 그리고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어쩌면 미래에 도래하게 될지도 모를 「도플 인간」. 여러분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
글 : 방미진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국내 창작 동화 최초로 미스터리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은 <금이 간 거울>, 사춘기의 불안과 공포를 강렬하고 환상적으로 그려 낸 청소년 소설 <손톱이 자라날 때>와 <괴담: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구축했습니다.
지은 작품으로 <인형의 냄새> <비누 인간> <13일의 단톡방>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조원희
대학에서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자연과 동물,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빨 사냥꾼>으로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이빨 사냥꾼> <콰앙!> <혼자 가야 해>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중요한 문제> <동구관찰> <앗! 줄이다!> 등이 있고, 그린 책으로 <기적을 선물한 우리 개 모슬리> <구스범스3: 빈집의 숨바꼭질> <찰스> <비누 인간> <아기 토끼의 생일 파티> 등이 있습니다.
도플갱어
다엘이 잠든 사이에
부작용
진화 인간과 도플 인간
여왕벌
분열 억제제
소니
나노 인간, 일반 인간, 도플 인간
가일의 등장
왕국
도망
항복
거짓말
하이브리드 인간
다엘의 선택
새로운 세상
공존
에필로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