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도시 복도식 아파트 8층에 사는 열두 살 태구는 이웃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할머니는 태구가 ‘엄마 사랑 없이 자라 그런 것’이라며 타박하지만 이웃들을 관찰하고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은 태구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늘 피곤하고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어른들의 세계, 태구는 그들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저마다 각자의 사연과 사정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15층에 사는 ‘해모’를 만나면서 자신 역시 누군가가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이웃’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타인과의 연결된 느낌을 통해 스스로의 외로움을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책의 대부분은 제3자의 입장에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태구의 시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을 꼬집기도 하고, 자신의 편견을 바로잡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는 착한 모습 또는 어른에 비해 부족하거나 철없는 모습으로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서 생각과 욕망, 고민을 가진 어린이의 마음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같은 어린이라면 태구에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어른으로서는 어린이를 이해하며 지나온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