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바닷속에서 살고 있는 붉은바다거북들 중 가장 오래 살아온 거북이 해수는 꼬마 거북들과 함께 헤엄치다가 대한민국 남쪽 앞바다, 학마을에 다다르게 됩니다. 학마을 어장 주인 정 사장의 손자 상원이는 해수를 발견하곤 바다로 돌려보내 주고 싶어 하지만 할아버지와 다른 어른들은 해수를 마을에 묶어둡니다. 무척 큰 거북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마을을 넘어 경무대까지 흘러가게 되는데요, 경무대는 바로 대통령이 살고 있는 청와대의 옛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해수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 대통령에게까지 긴 여정을 하게 된 셈입니다.
해수는 실제로 1949년 8월 여름에 강진 앞바다에서 발견된 거북으로 이후 6년을 더 살다가 1956년 8월 1일 부산 수산시험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해수가 우리나라에서 살다 간 시기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이 일어났던 시기예요. 1949년은 대한민국 제1공화국이 수립된 지 1주년이 되는 해였고, 1950년은 한반도에 큰 상처를 남긴 6·25전쟁이 일어난 해이며, 1953년 소련과 미국이 휴전을 맺으며 전쟁이 멈추게 되죠. 이 책은 실제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이승만 대통령, 인천상륙작전을 펼친 맥아더 장군, 한강 인도교 폭파의 책임을 떠안고 억울하게 죽은 최창식 대령 등 당시의 상황을 해수의 이야기와 함께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역사의 어두운 일면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해수가 신귀 즉, 신비로운 거북이라며 자신의 소원을 빌기 위해 해수를 괴롭히고, 대통령 또한 해수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으며 해수를 수족관에 가둬 놓습니다. 해수는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묵묵히 괴로움을 견디며 늘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아 그립다. 서구의 그리움들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혹이 된 것이다. 대통령은 그 혹들 속에 뭉쳐져 있는 서구의 마음, 그 깊은 상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떨어져 한국사의 어두운 순간을 함께한 해수는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으로 박제되어 현재 부산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죽어서도 결국 바다에 돌아가지 못한 해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지현
글 : 김옥애
전남 강진읍에서 태어나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과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작품으로 『들고양이 노이』 『별이 된 도깨비 누나』 『그래도 넌 보물이야』 『봉놋방 손님의 선물』 『추성관에서』 『할머니와 함께한 날』 『흰 민들레 소식』 『일 년에 한 번은』 『하늘』 『숨어 있는 것들』 등이 있으며, 제7회 여성주간 노랫말 공모 최우수작 당선,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송순문학상 대상, 방정환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강진군 대구면 중저 바닷가에 있는 오두막 문학관과 광주를 오고 가면서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 : 강화경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어린이들과 만나고 싶어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 『곰팡이 빵』 『우리 땅 독도를 지킨 안용복』 『선생님 얼굴 그리기』 『고양이네 미술관』 『나 집에 가야 해』 『무엇이든 문구점』 『우리동네 만화방』 『열세 살 봉애』 『조국에 핀 도라지 꽃』 등이 있습니다. 광저우 한중일 현대미술전과 대한민국 한국화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습니다.
대나무 그물
내 이름은 해수
길 잃은 거북들
기눅굴의 왕거북
해수의 소문
대통령의 명령
해수의 운명
경무대에서 온 손님
해수에서 서구로
대통령을 만난 서구
전쟁의 비극
이상한 혹
경무대로 간 서구
할아버지가 되어
부록_바다거북과 경무대
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