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드라큘라'를 알고 있나요?

빛을 싫어하는 창백한 피부, 뾰족한 송곳니 그리고 검은 양복의 커다란 망토. 그렇다면, '시를 쓰는 드라큘라'는요?

동시를 사랑하고, 동시집을 즐겨 읽는 저도 ‘시를 쓰는 드라큘라’는 처음 들어본답니다. 드라큘라가 쓰는 시라니! (계속 이야기하게 되네요!)

어쩐지 으스스한 이 동시집의 제목은 「드라큘라의 시」! 덜덜 떨리는 제목과는 달리 표지에 그려진 드라큘라의 모습이 보이나요? 관 안에 다소곳이 앉아, 붉은 장미를 손에 쥐고 향기를 맡는 모습이요! 이런걸 ‘낭만’이라고 한다던데…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너의 낮은 나의 밤

너의 밤은 나의 낮

50. 관 속의 잠> 부분

이 동시집의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드라큘라’의 마음이 되어 읽으면 우리의 일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에요. <관 속의 잠>에서 제가 인상 깊었던 구절은 위와 같아요. 우리의 낮이 햇빛을 피해야 하는(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드라큘라에게는 밤이고, 우리의 밤이 드라큘라에게는 낮이라는 것.

이 밤이 영원할 것 같다

나 빼고 다 안 일어날 것 같다

50. 잠 안오는 밤> 전문

이 밤이 영원하다면, 모두 잠들어 버린 이 밤이 계속된다면, 이 밤을 낮으로 살아가는 드라큘라는 혼자가 되어버리겠죠? 이 캄캄한 밤을 살아가는 드라큘라에게 그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않을까요. 어쩐지 쓸쓸하기도 한 이 마음이 ‘외로움’은 아닐까 떠올려 본답니다.

이 동시집의 정말 재밌는 점은, 바로 이것 같아요. 사람인 우리는 되어볼 수 없는 ‘드라큘라’의 마음이 되어본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드라큘라가 되는 상상을 책 속에서 하게 됩니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고, ‘내 이름을 불러’ 주길 바라며 <그리운 냄새>를 떠올리는 시인 드라큘라를 말이에요.

사서인 제가 생각하는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아닌 내가 되어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혹은 동물 혹은 괴물)이 되어봄으로써 내 생각이 아닌 다른 입장이 되어볼 수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며, 모두를 생각하게 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사서가 아닌 동시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여러분에게만 살짝 알려드리는 건데, 김개미 시인의 동시집은 모두 재밌어요! 강력히 추천합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