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새해가 되면 많은 계획들을 세우곤 한다. 건강관리, 자기계발, 가고 싶은 곳들, 해보고 싶은 것들 등등. 하지만 대부분의 계획들이 실패로 돌아간다. 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 학생은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대학 이후로 미룰 것이고, 성인이라면 바쁜 하루가 끝난 후 무언가를 할 여력이 없어 누워있어야 하기에 움직일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쓴 시간이 곧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는 오늘 하루가 온전히 나의 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를 펴냈다. 잡지 에디터 일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후 쓴 책의 주제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그 시간을 채우는 자신의 삶이기도 하다.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순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니까.‘ 이렇게 좀 더 살아보고 싶다’하는 시간을 늘리려면 다른 것을 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 선택은 동시에 포기다. 8p.
일반적으로, 시간을 소재로 하는 책들을 읽고 있노라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일관적이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졌다. 어떻게 쓰는지는 본인에게 달렸다.”랄지 “내가 누워있을 때 남들은 뛰고 있다”라거나 “갓생을 살아야한다.“등 효율적인 시간 활용에 관한 동기 부여이다. 하지만 20살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책엔 어머니의 일기장, 함께한 추억 등 직장인으로서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 저자가 느낀 삶과 시간의 소중함이 담겨있다.
이 밖에도 어머니와의 몽글몽글한 이야기와 일과 자신만의 시간이라는 평범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시간과 나의 일상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나의 하루를 조금 더 소중히 채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유명한 말은 물리적인 내 몸에 관한 이야기이다. 반면 ‘내가 쓴 시간이 곧 나’라는 말은 생활 양식과 정신을 구성하는 이야기이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1월을 보낸 2024년, 올 한해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이 있길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예전엔 ‘시간 되면 꼭 해야지’라고 적던, 언젠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들을 지금은 ‘시간 내서 해야지’라고 적는다. ‘시간 되면’과‘시간 내서’ 사이의 작은 차이를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지 않으면 그럴 시간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걸.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싶어지는 순간마다 마음을 바꿔 먹어본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맞는데 하고. 그럴 때만이 비로소 시간은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도 안다. 188p.
♣ 저자 소개 (저자: 김신지)
‘내가 쓴 시간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걷고 쓰고 마시는 사람. 잡지 에디터로 일을 시작해 <PAPER> <AROUND> <대학내일> 등에 글을 쓰고 트렌드 미디어 ‘캐릿Careet’을 운영하다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중얼거리며 회사 밖으로 나왔다. 이제야 하루가 내 것이 되었다는 안도 속에서 ‘살고 싶은 바로 그 시간’을 사는 연습을 하는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행지에서 마시는 모닝 맥주. 지은 책으로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등이 있다.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계속 쓰고 싶다.
♣ 목차
프롤로그_아직 쓰지 않은 용기
1부: 쉬운 미움 대신 어려운 사랑을
- I에게 쓰는 편지
- 그런 게 사람이죠
- 쓰게 하는 장면들
- 아무런 셈도 없이 돕는 사람
- 반딧불을 만나러 가는 밤
- 그렇게 되면 낭만이 없지!
- 지금 선 자리가 최선을 다한 자리
- 사소함의 목격자
- 어쩌면 오늘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
- ‘멍문가’의 작은 세계
-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
- 꿈에서도 시간이 없는 거야
- 여러 번 첫눈에 반했던 집에서
- 인숙 씨가 살면서 가장 아낀 것
2부: 삶이 결국 우리가 쓴 시간이라면
- 오늘 하루가 다 내 것이었으면
-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희망
- 나만의 퇴킷리스트
- 안 망했어요, 우리 좋은 실패들을 해요
- 마침내, 여백 있는 하루
- 부족해서 계속되는 세계
- 거기까지가 나예요
- 매일의 동그란 산책
- 사는 일을 소분하다 보면
- 오늘이란 계절 속에 있는 것들
- 여기 정말 좋다, 그런 말이 좋다
- 우리가 선을 넘을 때 생기는 일
- 거기가 나의 집이야
- 내일을 향한 화살표
- 어디든 갈 수 있어 무엇이든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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