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장리다
미리 밝히자면 나는 자연을 아주 가까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곳곳의 스며든 생명을 만나곤 한다. 숲속도서관에서 반년 가까이 근무하며 출퇴근길에 오가며, 혹서기를 피한 점심시간에 막간의 여유를 숲길과 생태공원을 거닐며, 숲의 녹음이 언제쯤 짙어지는지와 계절마다 어떤 식물이 피고 지는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어 계절 감각이 되살아난 듯하다.
점점 심해지는 여름철의 폭우,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혹서기, 전례 없는 기후 위기가 시작되었지만, 환경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두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는 숲만 보이는 아파트로 이사 온 뒤로 새를 관찰하였고, 아파트가 들어서며 새의 서식지를 파괴했다고 생각해서 ‘새들을 위해 모이를 챙기는 일은 의무이자 공간 사용료나 다름없다’고 했다. 작가의 생명체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계절 기억책》에서는 거창하고 심오하게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생명체를 관찰하고, 그와 관련된 환경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라져가는 사계를 지키고, 생명체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생명체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순천시는 전깃줄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전봇대를 없앴다고 한다. 자연과 도시,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온화한 문체로 쓴 글과 마치 앞에서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특징을 잘 잡아내 생생한 그림으로 사계를 따뜻한 마음을 담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봄을 맞이하기 전의 겨울부터 돌아오는 겨울의 사계를 담은 이 책을 따라가 보면 자연에 위로받으며, 자연을 위한 친절한 행동으로 생명 연대가 지속되길 바란다.
♣ 저자 소개 (저자: 최원형)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잡지사 기자와 EBS, KBS 방송 작가로 일했습니다. 생태·에너지·기후변화와 관련해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시민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착한 소비는 없다》,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등이 있습니다.
♣ 목차
시작하는 글
입춘을 품은 겨울
조류는 솜씨 좋은 건축가_ 개개비
새들을 위해 전깃줄을 없앤 도시, 순천_ 흑두루미
이토록 예술적으로 사과를 먹는 새라니_ 직박구리
한반도 최상위 포식자_ 삵
야생 방사된 수족관 고래의 삶_ 남방큰돌고래
제비가 보인다, 봄
제비는 왜 봄이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 올까_ 제비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합니까?” 개구리와 로드킬 이야기_ 수원청개구리
안전한 세상으로 가는 다양한 선택지를 위하여_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일(2011)
강인하고 유연한 풀_ 민들레
생산자의 얼굴이 담긴 식재료_ 시금치
밟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숙명을 안은 풀_ 질경이
꽃가루를 옮기는 작지만 중요한 존재_ 뒤영벌
새들도 주택난으로 힘들어_ 박새
도시의 피난처, 가로수_ 벚나무
부엔 비비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삶_ 4월 22일 지구의 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새들의 호텔_ 아까시나무
딱따구리 둥지를 재활용하다_ 동고비
인류 문명과 기후문제, 그리고 공정 무역 이야기_ 5월 둘째 주 토요일 세계 공정 무역의 날
1만 2천 km를 논스톱으로 나는 대륙의 여행자_ 큰뒷부리도요
능소화가 핀 여름
새가 둥지를 떠나 독립하는 이소 시즌_ 참새
폭염에 달궈진 도시를 식히는 고마운 식물_ 담쟁이덩굴
나라 잃은 설움이 담긴 망국초_ 개망초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요긴한 창구_ 간이역
익충과 해충을 구분할 수 있을까_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모이대, 작은 생태계를 이루다_ 까마중
제주를 여행하며 만난 우연 아닌 필연_ 긴꼬리딱새
먹다 만 풋고추 구멍 속 정체_ 담배나방 애벌레
인간이 진화의 산물인 깃털을 얻기 위해 벌인 일_ 라이브 플러킹
좁아지는 하늘, 도시의 고층 빌딩 숲_ 6월 17일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
내어둔 물그릇에서 목욕하는 나그네새_ 울새
감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참나무 숲은 누가 만드나?_ 다람쥐
곤충, 지구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동물종_ 점박이긴다리풍뎅이
까치밥이 열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_ 감나무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_ 콩
이제는 사라진 소똥구리와 육식의 관계_ 소똥구리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농부_ 줄지렁이
널리 퍼트리고 꽃피우기 위한 씨앗의 전략_ 이질풀
새만금 간척 사업과 신공항 개발, 그리고 갯벌의 죽음_ 좀도요
밀렵으로 멸종을 맞이한 비운의 생물종_ 코뿔소
야생의 생명과 연대하는 가을
야생의 생명과 연대하기_ 버드피더
해양 쓰레기, 그리고 내가 플로깅하는 이유_ 댕기물떼새
이동하지 않고 주저앉는 철새들_ 되지빠귀
새의 사냥은 자연스러운 일_ 새매
동물의 본능과 공존에 관하여_ 고양이
마치는 글
도움을 주신 분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