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오늘, 사회는 종교를 여전히 필요로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미디어에서 찾는다. 미디어는 과연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오늘날 미디어는 인쇄, 방송매체는 물론 각종 OTT에(넷플릭스, 와챠 등)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종교와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를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생각해보면 일부 종교단체를 강하게 비판했던 수 많은 미디어들을 떠올릴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당장 올해 3월 초 종교 다큐멘터리를 통해 집단을 고발하여 논란을 만든 것도 미디어였다.
그러나 저자는 미디어의 비판을 통해서 사회가 종교에게 바라는 가치와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종교가 가진 ‘대안성’에 주목한다. 그 대안성이란 세속사회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뜻하며, 세속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물질 만능주의, 개인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을 말한다. 저자는 그 대안성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인 인물, 사례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가령, 종교적 ‘영웅’이라 칭송되며 신문 기사 1면을 장식했던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옥한몸 목사 등의 삶을 본다면 미디어가 생각하는 ‘종교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사회 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삶, 소박한 삶,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 그리고 정신적, 영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삶이 그것이다. 그들의 삶에는 미디어가 상상하는 대안성을 모두 담고 있다. 또한 개신교 래퍼 비와이나 교황 프란치스코의 사례를 들며 종교의 대중성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세속사회가 종교 고유의 자리를 인정하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였음에도, 사회의 비판을 받고 사회가 정한 역할을 기준 삼아야 한다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하다(종교의 세속화와 탈세속화에 대한 논쟁은 영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회에서 정치와 물질적인 부분들을 거둬낼 수 있는 그만한 규모를 가진 집단은 종교뿐이라는 것이다. 급격한 근대화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는 결핍된 것들이 너무 많고, 종교는 세속과 탈세속의 경계에서 제일 순수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교에게 ‘대안적 가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인, 종교인 너나 할 것 없이 종교의 현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미디어의 종교 비판은 그 기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방증으로 읽어야 한다.
사회가 설정한 종교의 이상적 역할에 턱없이 모자란 현실 종교에 대한 따가운 질책임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이 책의 질문 “오늘, 사회는 종교를 여전히 필요로 하는가?“ 에 대한 잠정적인 답이 있다.
세속 사회는 아직 종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사회의 열망을 실현하는 데
종교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교가 아니면 담당할 수 없는 사회적 역할이다.
종교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의 기대다. p.250
♣ 저자 소개 (저자: 박진규 )
박진규는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대중문화를 가르치고 미디어와 종교의 교차점을 연구한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석사, 콜로라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리츠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교(APU)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ISMRC(international Society for Media, Religion, and Culture) 이사, 한국언론학회 종교와 커뮤니케이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Healed to Imagine: Healing Discourses in Korean Popular Culture and its Politics” 등 여러 논문을 발표했으며, 책으로는 <청춘, 대중문화로 말하다>가 있다.
♣ 목차
머리말 ..... 9
1장. 미디어에 종교를 묻다 ..... 15
2장. 매개 종교란 무엇인가 ..... 27
3장. 재난, 종교, 세속 사제 ..... 51
4장. 저널리즘 미디어는 종교를 어떻게 볼까 ..... 87
5장. 종교는 미디어를 어떻게 볼까 ..... 115
6장. 미디어 속 ‘종교 영웅’ : 선종, 열반, 소천의 내러터브 ..... 137
7장. 미디어는 어떤 종교를 바라는가 ..... 155
8장. 미디어가 초자연 현상을 이야기하는 법 ..... 179
9장. ‘힐링’ 문화를 다시 읽다 ..... 205
10장.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 ..... 231
참고문헌 ..... 254
찾아보기 .....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