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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 저자 : 존 프럼 지음
  • 출판사 : 래빗홀
  • 발행연도 : 2023년
  • 페이지수 : 399p
  • 청구기호 : 813.708-ㅍ82ㅇ
  • ISBN : 9791168341098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한민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작품집의 제목은 기억도 안 나고 다음과 같은 기억의 파편만 남는다. 작품의 내용을 기억하지만, 글을 쓴 작가는 기억이 안 나거나, 작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의 이름만 기억나거나. 존 프럼 작가는 후자의 경우였다. 하지만 작가의 이름이 생각보다 인상 깊었나 보다. ‘존 프럼 소설집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이 사람 SF 쓰는 사람 아닌가? 분명 아는 이름인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책을 집어 들었으니까.

 

이번 소설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은 오로지 존 프럼 작가만의 작품들만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다. 그간 작가의 작품은 오직 수상 작품집이나 웹을 통해 한편씩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인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있는 역설의 굴레 안에서 끝없이 맴도는 저주에 걸린 존재인지도 모른다.

끝나지 않는 역설의 항로 속에서 나는 분해와 재생을 거듭하는 테세우스의 배를 타고

영원히 헤매이게 될까. 혹은 어딘가에서 마침내 삶의 안식처를 발견하게 될까. - 130p.

 

사실 작가명인 존 프럼이라는 이름은 사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화물 신앙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인들이 비행기 등으로 섬에 화물을 투하해 생필품을 보급해 주었던 것에서 시작해 성조기를 게양하고 미군 흉내를 내며 행진하는 의식을 치르면 언젠가 존 프럼이라는 신화적인 인물이 많은 화물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믿는 것이 화물 신앙이다. 이런 신앙에서 따온 이름인 만큼 원주민들과 같이 작가가 돌아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존 프럼 작가는 차갑고 기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SF 장르 속에서도 항상 돌아옴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제인간,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우주, 외계인들 먼 미래와 멋진 신기술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소재만큼이나 각기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도 작가는 같은 것을 말한다. 재귀와 순환. 테세우스의 배처럼 구성성분이 바뀌어도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로 존재하는 것. 아무리 먼 세계로 떠나도 결국 지구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것.

 

사실 화물 신앙은 현재 쇠퇴하고 있다. 점차 서구의 문명과 교류하면서 현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화물 신앙을 떠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화물 신앙을 떠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의식을 치르며 존 프럼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의심 없이 존 프럼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존 프럼은 허구이고 그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결국 믿음이 배신당할지도 모르지만, 의식을 치르며 존 프럼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런 사람들과 같은 마음을 가진 작가의 작품들이 SF가 너무 멀게만 느껴지거나 너무 삭막하게 느껴졌던 사람에게 좋은 SF 입문서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 소개 (저자: 존 프럼)

 

존 프럼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회 문윤성SF문학상 중·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했다. 천천히 서두르며,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소설을 쓰고자 한다.

 

목차

 

노아의 어머니들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회귀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

신의 소스코드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

 

발문 | ‘존 프럼 월드라는 행복한 미로

작가의 말

추천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