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곽기용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어떤 <선>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일선에서 이용자를 응대하다 보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저자세가 되고 훅 선을 넘어 들어오는 몇몇의 문의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일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이런 저자세가 익숙해지다 보니 이용자를 응대하지 않는 일상에서도 지나칠 정도의 예의 차림과 조심스러움이 필자에게 장착된 점이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소위 편한 <찐친> 까지 필자를 낮선 사람 보듯 하는 모습은 필자가 지친 걸 넘어 <호구> 가 아닐까 자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 호구냐? 아니냐? 에 대해 신랄한 자기분석과 비판, 위로가 가득한 책을 발견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조정아 저자의 <호구의 탄생> 이다.
누구나 손해 보지 않겠다고, 답이 없는 요구에 직면했을 때 아무 생각 안 하고 안 됩니다! 하고 단호히 거절하리라 마음먹지만 짊어진 게 많다면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현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이들을 위로하며 단호하게 일갈한다.
소위 미친 년 놈, 건강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호구((虎口))란 한자로 호랑이의 입을 뜻하지만, 현재는 착하고, 남의 기분을 배려하고,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지닌 이들이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책은 호구의 특징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피고, 그들은 왜 호구라 불리는지 또는 호구가 되는지 분석한다. 이어서 더 이상 호구로 살지 않는 방법 즉 건강한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조언해 주고 있다.
특히 끌리는 특징이라면 경어채로 조곤조곤 조언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신랄하게 질타하고 사정 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언이라지만 어쩌면 당연하기 그지없는 진리를 독자 앞에 떡하니 가져다 두는 매서움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데 그렇다면? 하고 다음 장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만드는 기대가 있다.
“이 세상에는 선하고 좋은 사람들만큼 동수 또는 동수 이상의 악의에 가득 찬 사람들도 있습니다. 착하게 대했더니 호구로 취급하고 화를 내니까 그제야 들어주는 세태 속에서 “착하면 손해” 라는 명제는 결코 사라질 수 없습니다.“ (pp.98~99)
맞는 말이다, 선의에 선의로 답하지 않는 이들이 절반 이상은 된다는 무시무시하고 씁쓸한 현실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합리한 상황에 만만히 보이지 않도록 화를 낼 것이다.
화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지만 사방팔방에 분노를 흩뿌리기보다 건강하게 화를 내는 것이 감정 해소와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강한 한탕주의는 지속적으로 화를 내는 것이 아닌 적시에 화를 내라는 겁니다. 부당함을 계속 당하고 있기보다 효과적으로 의사전달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p.178)
올바르게 감정을 털어버릴 수 있다면 그 후에는 삶의 자세에 대한 조언이 이어진다. 작중 참고도서 중 하나인 <페퍼로니 전략> 이라는 책을 살펴보면 ”80%은 선하게 20%은 맵게 대하라! 는 말이 나온다.
착해도 되지만 착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무언가를 감내하면서까지 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그렇게 착하기만 하다면 겪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야기해 주면서 안일하게만 책을 살피는 독자들을 질타한다.
“하지만 그런 선함 역시 계속 악의 곁에 있으면 훼손당하거나 변질되고 맙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은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pp.264~265)
스스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물들 수 있다는 위험성은 누구에게나 가슴 섬뜩할 만한 일일 것이다. 내가 착하다 하더라도 소용없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므로.. 하지만 그렇다고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나만의 매운 부분을 단련하고 감정을 건강히 배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착하기만 한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나? 호구야 근데 나는 건강한 이기주의자다! 라고..
♣ 저자 소개 (저자: 조정아)
소심한 사람들이 어떻게 을질에 능해지는지를 고찰하고, 그들이 호구 취급을 받지 않고 어떻게 해야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 『호구의 탄생』을 쓴 조정아 작가. 스스로를 ‘잡가’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왕과 평민의 파격적 사랑(화성에서 꿈꾸다), 가장 비극적인 현대사(귀향), 범죄 속에 은폐된 사회의 민낯(범죄의 탄생)을 보인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고, 이번에는 갑질하는 세태 속에서 희생당하는 개인이라는 주제를 담은 『호구의 탄생』을 새로이 선보이고자 한다.
중앙대 문예창작학(소설)을 전공한 저자는 지하철 회사(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는 본캐 말고도 다양한 공모전
♣ 목차
프롤로그
004 온순한 너 꺼져, 흑화할 거야!
PART1 그거 알아? 너 호구래!
018 온순함과 호구의 한 끗 차이
026 유능한데 자신감 없는 여자
036 다정한데 매력 없는 남자
046 순종적이지만 괴로운 자녀
057 이혼하고 싶은 헌신적인 아내
066 낳음 당했다는 자식들의 공격
074 어쩔 수 없는 평화주의자 직장인
080 소소한 변화에 예민한 사람들
089 Let's not do it
PART2 호구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092 상처 면역력을 낮추는 아무 말
101 보상받지 못해 빠지는 자기혐오
112 많이 참을수록 만족도가 낮다
120 자기 연민은 약도 소용없다
129 해묵은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
141 뿌리 깊은 열등감에서 싹튼 불안감
148 연약한 속살을 까발리는 사람들
159 Let's not do it
PART3 호구들이여, 일어나라!
162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기
171 건강한 개인주의, 이기주의, 한탕주의
181 그들이 폭발하면 더 파괴적이다
189 통제 가능한 분노를 해라
200 나의 분노는 정당합니다
212 뒤끝이 없다는 거짓말
221 Let's not do it
PART4 호구의 매운맛
224 남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231 착하면서도 가시를 세우는 방법
237 호구 잡히지 않고 성공하기
242 잘하는 것을 더 잘하면 행복하다
250 임계점을 넘기 전에 참지 마라
258 80%는 선하게, 20%는 맵게
266 못된 사람들에게는 삵처럼
에필로그
272 효율적이고 건강하게 분노하자
278 출간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