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메피스토는 떠돌이 개의 모습으로 지상에 떨어져 귀가 들리지 않는 외톨이 소녀를 만납니다. 의지할 곳 없던 둘은 친구가 되고, 사람들에게 나쁜 장난을 치며, 때로는 힘든 서로의 곁을 지키며 세월을 보냅니다. 늙지 않는 메피스토와 다르게 어느덧 할머니가 된 소녀, 그녀는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소녀에게서 잊혀지고 싶지 않았던 메피스토는 금지된 마법으로 소녀의 기억을 되살립니다. 하지만 소녀가 가진 기억은 사실과 다른 엉터리뿐이었습니다. 메피스토와 함께한 시간을 행복하고 소중하게 남기고 싶었던 소녀는 기억을 다시 써야 했던 것이지요. 소녀의 진심을 느낀 순간, 메피스토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인간을 타락시킨 죄로 신에게 구원받지 못했던 메피스토가 소녀를 만나 비로소 구원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 자신을 가장 미워했던 메피스토와 소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되는 일 없고, 별 볼 일 없는 삶에서 이 사랑은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 유일한 것이었겠지요.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일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그 재능을 어떻게 쓰고 있나요? 이 책을 읽고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하나
글 : 루리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비룡소 황금도깨비 그림책 부문 대상, 『긴긴밤』으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도시 악어』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