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머릿속에 어떤 감각이나 상황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상상에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상하는 사람의 지식이나 인식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상상하는 마일로는 어떨까요? 마일로는 수염 난 아저씨를 보며 어수선한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멋진 신랑과 결혼할 거라고 상상합니다.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은 소년을 보았을 때는 집사와 하녀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커다란 성을 상상하지요. 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소년과 다시 마주친 마일로는 “한 사람의 얼굴만 보고서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책의 옮긴이는 “우리에게는 상상의 권리가 있지만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아야 할 의무도 있다.”고 말합니다. 마일로가 다시 그린 그림에서 수염 난 아저씨는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즐겁게 식사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곁에는 또 다른 신부가 함께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우리가 생각하기 쉬운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상상해 온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시각을 넓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헤아리려는 ‘이타적 상상력’이 발휘해 보아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곳이 될 것입니다. (어른의 설명이 필요한 책입니다. 어른이 먼저 읽고 아이에게 권하시길 바랍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하나
글 : 맷 데 라 페냐
『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뉴베리상을 수상하고, 『카멜라의 행복한 소원』 『너는 사랑이야!』 『나라의 희망: 권투의 전설 조 루이의 이야기』 등 여러 수상작과 더불어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일곱 권의 청소년 소설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