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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책 연습
미래 산책 연습
  • 저자 : 박솔뫼 지음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813.7-ㅂ334미
  • ISBN : 9788954678674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 주 용

 

한낮의 여름을 견뎌내고, 더 이상 햇빛이 옥죄지 않는 밤에는 가끔 산책을 빙자한 놀음을 하곤 한다. 그날의 기분에 걸맞은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에어팟을 귀에 꽂으면 하루의 마무리가 시작된다. 그리고는 생각의 늪에 빠진다. 오늘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부끄러운 후회를, 가까운 하천까지 걸으며 내일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두서없이 꺼내둔다. 지금 소개하려는 이 책도 이러한 양상을 띤다. 주인공은 하릴없이 걷는다. 부산역 앞의 토요코인호텔, 부산미문화원이었던 부산근대역사관 등 부산 중앙동의 풍경을 담으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하루의 반복 같지만, 매 순간 다른 형태와 먹거리, 사람과 시점이 교차한다.

 

이 책은 2009<>로 데뷔한 박솔뫼 작가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소설을 갈무리해 독자 앞에 내놓았다. ‘미래’, ‘산책’, ‘연습의 접점이 전혀 없는 세 단어가 자칫 소설의 분위기를 가볍게 느껴지게 할 수 있으나, 책은 생각보다 무거운 사건들을 다룬다. 805.18민주화운동과 82년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이 책의 주요한 소재다. 가벼운 산책에서 사건의 물꼬가 튼다는 점에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소 어려운 문체와 시간적 흐름이 일정치 않게 서술되어 소설의 서사를 중요시하는 독자들에겐 책의 시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되는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의 시점이 교묘하게 연결되는 순간, 모든 실마리가 풀리고 작가의 서술방식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806월은 804월과 같은 곳인가 가망 없고 백치 같은 생각을 하고 사람들은 시체를 찾으러 다니고 조사를 받고 끌려가고 빈 옆자리를 보고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친구들을 찾아다니고(후략) (p.192-193)

 

바래진 기억은 왜곡되고,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방화를 이유로 처벌받은 자들은 있으나, 이 방화를 저지르게 된 빌미를 제공한 이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805월 광주는 꼭 와야 할 미래의 산책 연습이었고,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수없이 행할 수 있는 반복의 형태로 미래를 맞이한다. 과거를 발판 삼아 미래를 이룩할, 끊임없이 지속되는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가진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저자 소개 (저자: 박솔뫼)

2009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여러 편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장편소설 』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목차

먼 곳의 친구들에게 _007

코코아 _019

개와 사랑 _041

새로운 것이 시작될 거야 _063

도넛 _083

다음에 쓸 것들 _105

부산의 눈 _127

따뜻한 물 _141

목욕탕 계획 _159

열아홉 시간을 달린 열차 _191

타워에서 _205

개는 연기를 잘한다 _227

 

작가의 말 _242

추천의 말 | 사이토 마리코(번역가·시인) _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