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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 저자 : 앨러스데어 코크런 지음 ; 박진영 , 오창룡 [공]옮김
  • 출판사 : 창비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490.73-ㅋ588ㄷ
  • ISBN : 9788936478704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정문

 

이적의 노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앨범 사진으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외롭게 그려진 강아지 한 마리의 형상과 노래의 가사가 연결되어 외롭게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말이다. 가사를 쓴 이적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그 앨범 사진을 보면서 노래를 들고 있으면, 문 앞을 서성이는 강아지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점점 동물은 사람의 대우를 받고 있다. 동물 호텔, 동물 장례식, 동물 카페 등 동물과 관련된 산업 수요는 증가하는 것만 봐도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움직임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동물은 가족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존귀한 존재가 되었다. 집을 지키는 개에서 집에 외롭게 있게 하지 말아야 할 가족으로, 그렇게 이적의 노래는 우리에게 와닿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고기부터 동물복지법까지 우리는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한 첨예한 갈등에서 명확한 논리적 답변을 하기 힘들다. 유명한 동물훈련사마저 가족이라서 먹을 수 없다는 논리적이지 못하다면 못한 답변으로 논란이 되었으니 말이다.

 

동물은 보호해야 할 존재이다. 법적으로 보면 가족이라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보호하는 것이다. 동물을 재산으로 보는 관점은 아직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이런 법적 논리가 안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며, 그들 또한 존중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술하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치는 인간의 본질이자 목적이며, 우리가 아는 그 어떤 다른 생명체와도 공유할 수 없는 특성이다.’ - p. 10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은 그 전제를 무너뜨리면서 시작한다. 동물을 도덕권의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쟁취할 수 있는 적극적 존재로 정의했다. 그렇게 작가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정치라는 단어를 골랐다. 그리고 인간에게만 주어졌던 그 단어를 동물에게 부여했다. 인간이 가진 정치적 권리를 동물에게 부여함으로써 우리에게 부재했던 논리를 선사하고 있다. 추천사에서 말하듯 우리가 가진 공허함을 정치적으로 없애보려고 노력했다.

 

내 생각에 이 주장의 함의는 지각 있는 동물들은 그들의 내재적 가치를 존중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동물이 단지 도구적 관점에서 평가될 경우 부당하게 대우받는다.’ - p. 39

 

작가는 인간에게만 대입되었던 정치학이나 윤리학을 동물에게 대입한다. 쾌고감수능력(지각 생명체가 쾌락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판단, 이를 동물 권리에 대입)부터 성원권 등 인간을 정치학과 윤리학의 정점으로 내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절차를 되짚어본다. 특히 인간의 이익에 부합될 때에만 성립하던 동물의 내재적 가치를 그 존재만으로 성립함을 역설하며, 동물의 인권 개념 도입을 활성화한다. 여기에 헌법 조항, 동물 성원권, 민주적 대표성 확립(동물 이익 위원회, 동물 전담 의원) 등의 수단을 통해 이러한 동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물의 이해관계를 통합시키는 데 있어 일반의원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동물 전담 의원을 위해 의석의 일부를 할당해야 한다.’ - p. 126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불가능한 현실. 책을 보면 그저 꿈이라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등장함에도, 이 책은 매력적이다. 곱씹어보면 작가의 주장은 어렵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흑인, 여성, 성소수자, 노인, 직군 등 세상의 종차별주의를 폐지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을 그저 동물에 빗댄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이것은 허망한 꿈이며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일까. 논쟁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해결을 낳을 수 있다. 이번에는 동물 차례다.

 

동물의 성원권을 이행하는 데 대표성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이것은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견해일지도 모른다.’ - p. 129

 

과연 우리는 내 옆에 있는 동물들의 정치적 권리를 스스로에 대한 것만큼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동의하기 힘들고, 해결하기 힘든 논쟁이다. 하지만 이런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갈등을 해결하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권리를 나누는 것이 아닌 함께 가지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다면 사람 팔자도 상팔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저자 소개 (저자: 앨러스데어 코크런)

영국 셰필드대학교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정치이론의 관점에서 동물윤리 문제를 왕성하게 연구해온 학자이다. 권리이론, 인권, 동물 및 생명 윤리 등 현대사회의 논쟁적인 문제들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저서로 동물과 정치이론 개론(AN INTRODUCTION TO ANIMALS AND POLITICAL THEORY) 해방 없는 동물권(ANIMAL RIGHTS WITHOUT LIBERATION) 등이 있다.

 

목차

1장 서론

2장 동물복지법

3장 헌법 조항

4장 법적 인격성

5장 성원권

6장 민주적 대표성

7장 결론: 동물을 위한 정치적 권리

 

감사의 글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