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아도 연결되는 사회’를 향한 인류학적 상상!
홍콩의 ‘마굴’, 청킹맨션은 국제적인 비공식 경제의 거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공식 경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자칭 타칭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를 만난다. 보스답지 않은 보스 카라마의 안내로 저자는 이국적인 문화와 정동이 뒤섞인 청킹맨션 탄자니아인들의 삶과 비즈니스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우리는 ‘받으면 그만큼 갚아야 하고, 준다는 확약 없이는 줄 수 없는’ 악순환의 호수성(호혜) 속에서 압박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들로 말하자면, 우선 이들은 타인의 사정에 깊게 파고들지 않고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서로를 ‘겸사겸사’ 돕는다. 나아가 모두가 ‘겸사겸사’에 편승하고 있음을 표명하기에 도움을 받아도 갚지 않고, 도운 사람도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친절에 즉시 답례하지 않기를 지향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부담이나 권위가 집중되지 않아 다시 ‘상호 부조’가 촉진되는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모든 일상적인 활동과 비즈니스에 녹아들어 있는 ‘겸사겸사’ 정신은 호수성(호혜)이나 증여의 불균형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드시 ‘선한 시민’, ‘선한 이웃’이 아닌 사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서로 돕는 구조와 논리를 파헤치면서, 타자의 알 수 없음이 허용되는 세계, 그리고 단순히 시민 사회의 논리에만 기초하지 않은 공유경제, 커먼즈, 증여의 방식 등을 살펴본다. 새로운 인간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삶과 일, 자유의 본질 또한 꿰뚫는 인류학 명저이기에, 부조리한 현대 사회에서 늘 일에 몰두하며 미래의 불안함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 소개출처: 온라인서점(알라딘)
저자: 오가와 사야카 (小川 さやか)
1978년 출생. 전공은 문화인류학. 교토대학 지역연구 박사,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국립민속학박물관 연구전략센터 기관연구원, 같은 센터 조교, 리쓰메이칸대학 대학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준교수를 거쳐 현재 같은 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