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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어떻게 지내요
  • 저자 :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 정소영 옮김
  • 출판사 : 엘리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843.6-ㄴ79ㅇ
  • ISBN : 9791191247114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몬 베유

 

오랜만에 외국 작가의 장편소설 작품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여성의 삶 등 무거운 주제들을 감상적이지도 않게, 가볍지도 않게 다룬다는 책 소개.

 

독자들이 소설로 이끌리는 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기로 떨리는 그들의 삶을 따뜻하게 덥히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베냐민은 말했다.’ -251p.

 

둘째, ‘인간성의 심연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탁월한 통찰력의 소유자인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타인을 평가할 때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시몬 베유의 말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Quel est ton tourment?)”라고 묻는 일이라는 것.

이 작품은 저 물음의 소설적 실천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셋째, 첫 페이지부터 시작하여, 술술 읽혀가는 책장들(중요). 나날이 감소하는 집중력으로 인해, 멀어져만 가는 장편소설 작품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지내요는 어떤 환기(喚起)처럼 느껴졌다. (다시, 장편소설의 세계를 시작하는 거야! 소설집과 단편소설, 시 읽기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공감해주시길)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바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문체와 다른 국가, 다른 문화권이지만 어쩐지 한국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소설의 배경(함께 책을 읽은 친구는 중간중간 한국 소설인 줄 알았다고)과 전 세계적으로 공감하며, 생각하곤 하는(함께 생각해야만 하는) 주제들-‘웰다잉에서 기후 위기에 이르는-을 자연스럽게, 때로 작가 특유의 재치를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 생각했던 바와 조금 달랐다는 것이다. 소개만 보았을 때는 먼 길로 돌아갈까?(게일 콜드웰 /문학동네)와 같이 그 여행이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친구는 전혀 다른 느낌의 여행을 제안한다. 바로, 암으로 인해 선고받은 시한부의 삶. 그 앞에 선택하게 된 안락사라는 선택. 그리고 그 마지막 여행에 함께 해줄 것을 부탁하는 친구.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거나 생각해봤을 일들이 실제로, 책 안에서 펼쳐진다. 그 과정이 무척 담담하고-그렇지만 건조하진 않은- 차분해서, 읽는 내내 책의 내용과 함께 스스로에게도 물음을 던지고 답하며, 또한 함께 읽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실제로, 완독한 이후가 아닌 읽는 과정에서부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또한 喚起가 아니었을까)

 

이 여행의 결말은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결말이 중요한 여행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목도하게 될 무수히 많은 삶의 모습들로부터 우리는 명확한 하나의 선택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하나이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여러 개이듯. 우리의 선택은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또한 선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듯, 나는 나를 이루는 것들-사람, 동물, 장소, 환경 등-로부터 만들어져 감을 생각한다면, 그들로부터 나온 선택 또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에 해당하는 1부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2부 그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주인공의 사유가 담긴 3부까지.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읽은 한 권의 소설은 더 많은 생각과 사고의 시간을 건네주었다. 죽음을, 마지막을 생각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 권의 소설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 나가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 책 어떻게 지내요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p.166~167

저자 소개 (저자: 시그리드 누네즈)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95년 장편소설 A Feather on the Breath of God을 시작으로 여덟 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수전 손택을 회고한 산문 우리가 사는 방식을 펴냈다. 2018친구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화이팅 상, 로즌솔 가족 재단 상, 로마 문학상 등을 받았고, 베를린 상 펠로십, 구겐하임 펠로십에 선정된 바 있다. 2021년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컬럼비아 대학, 프린스턴 대학, 뉴스쿨 등에서 가르쳤고, 보스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누네즈의 작품들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목차

1

2

3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