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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저자 : 한은화 지음
  • 출판사 : 동아시아
  • 발행연도 : 2022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540.4-ㅎ347ㅇ
  • ISBN : 9788962624199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진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에 발이 걸려 많은 이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곤 한다. 보통의 선택을 넘어 4지선다의 5번째 문항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는 그런 사회적 허들을 넘어 한 건축가 부부가 한옥을 짓고 살기까지에 대한 고군분투를 기록한 책이다.

 

p.28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은 구구절절한 삶의 가치였는데, 그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는데, 필요한 것은 딱 하나, 계산기였다.

 

부부는 처음부터 한옥을 바라지는 않았다. 갑갑한 서울 생활 중 집에서만큼은 마음껏 하늘 보고 숨 내쉬도록 탁 트인 야외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던 게 그들의 꿈이었다. 1년 넘게 다닌 부동산에서는 그런 집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지인을 통해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다 스러져가는 한옥이었다.

 

한쪽 지붕이 무너져 내린 그 집을 새로 짓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신경 쓰고 고려해야 했다. 제대로 다짐하지 않고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팬티에 난 구멍으로조차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절약하며 결혼식마저 포기해 지은 한옥은 그래서 더없이 정겹다. 휘둘리지 않는 마음가짐도 그렇다. 집을 짓는 일은 마음을 짓는 일이라고 말하는 부부가 왠지 부러워진다.

 

각종 건축물 규제 덕분에 머리를 쥐어짜내야만 했던 설계도 작성부터 크레인으로 크레인을 들어 올리는 곡예 같은 땅속 보강 공사까지, 부부는 안 되면 되게 하라.’ 수준의 열정과 집념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한옥에 대한 유연하지 못한 법적 규정과 현대 주거공간의 획일화, 탁상공론뿐인 도시재생 등은 저자가 마땅히 비판할 만하다. 덕분에 현대사회의 이면을 또 하나 알게 된다.

 

어릴 때는 흙집에서 살았다. 서평자의 이야기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때의 경험 덕분에 왠지 한옥이 친숙하지만, 그렇다고 찾아 살 만한 것은 아니다. 오랜 도시 생활과 양육 중인 두 자녀, 그리고 안주하고 싶은 나의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한옥을 동경하게 된다. 원래 가지지 못한 것, 저 멀리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게 삶의 이치 아닌가. 다만 슬금슬금한 질투가 아닌 온전한 동경이자 감탄일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간 저자에 대한 응원이 지금을 살아가며 인생이라는 건물을 짓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응원일 지도 모르겠다.

저자 소개 (저자: 한은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에서 도망쳐 기자가 됐는데, 건축을 취재하고 있다. 마당 있는 집을 찾다가 한옥을 지었는데, 아파트 단지 밖 방치된 동네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반려자 최진택과 서울 한복판 서촌의 한옥에서 산 지 2년여째, 각종 텃밭 작물을 재배하며 시골살이 하듯 사는 맛이 꽤 좋다. 더 다양한 집과 공간, 더 나은 도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16년째 일하고 있는 중앙일보에서 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한은화의 생활건축을 연재 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아파트 시대의 이상한 주거 르포르타주

 

차례

 

1장 어쩌다 한옥

- 부동산이 아닌 공간으로, 잃어버린 내 삶을 찾아서

쾌적한 집콕을 위하여

우리의 삶은 평당 얼마짜리일까

어느 날 한옥이 내게로 왔다

결혼식 대신 집 짓기

티끌, 아니 팬티 모아 집 짓기

 

2장 오래된 동네의 비밀

- 아파트 밖에서 마주한 재개발과 재생의 민낯들

그 골목길의 주인은 따로 있다

늙은 삶터의 뒷조사

내 땅이 사라졌다

‘Made In 자이의 세상

골목길에서 수상한 냄새가 난다

 

3장 집이 나에게 물었다

- 공간이 치수를 정하고 삶의 테두리를 정리하기

Q. 리더냐, 동무냐

Q. 방이 좁아도 괜찮은가

Q. 방은 몇 개가 필요할까

Q. 고쳐 쓸까, 새로 지을까

Q. 몇 밀리미터면 충분할까

 

4장 단지 밖은 정글이다

-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한옥을 박제해 두는 정부를 고발합니다

한옥은 왜 똑같이 생겼을까

21세기 조선 한옥이라니

전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프로 불편러의 탄생

 

 

5장 드디어 짓다

-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파란만장 좌충우돌 집 짓기 여정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우리 집은 초울트라 럭셔리 하우스

땅 밑 아무개 씨 이야기

, 그 크레인으로 지은 집?”

사모님으로 콴툼 점프

너의 이름은

 

6장 기어이 살다

- 나의 집, 나의 삶, 나의 생태계

한옥 생활자, 40세 집구석 은퇴 라이프

한옥은 불편한가

네모반듯하지 않아도 괜찮아

농약 사는 여자

서촌 시골살이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집

 

에필로그: 세 가지가 없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