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국을 거느린 왕이 있습니다. 왕은 세상을 다 가진 듯이 행복했습니다.

왕이 된 이튿날 아침, 왕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당나귀처럼 커진 귀가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은 급하게 커다란 왕관으로 귀를 가려보았지만, 너무 무거워서 몸이 아팠습니다. 끙끙 앓던 왕은 이전 왕들의 일기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몸이 허약했던 126대 왕은 왕관이 너무 커서 허리가 휘어 죽고, 내성적인 378대 왕은 귀 때문에 화병이 나서 죽었습니다.

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에잇, 이깟 귀가 뭐라고.”

왕은 왕관을 벗고 대신을 앞에 나서기로 합니다.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은 어게 되었을까요?

당나귀 귀 설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전래동화입니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전래동화를 살짝 비틀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통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왕들의 다양한 성격에 따라, 같은 고민도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대처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발랄하고 귀여운 그림체 덕에 친숙하게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고, 각 장마다 반복되는 패턴 형식의 삽화가 있어 읽는 내내 눈이 즐겁습니다.

숨기고 싶은 약점을 시원하게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된 임금님. 못나다고 생각되는 내 모습을 스스로 인정할 때,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따뜻한 동화입니다. 자녀에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해주고 싶은 부모님들과, 부족하게 느껴지는 내 모습을 사랑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동화를 추천합니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