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몬 베유
오랜만에 외국 작가의 장편소설 작품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여성의 삶 등 무거운 주제들을 감상적이지도 않게, 가볍지도 않게 다룬다는 책 소개.
‘독자들이 소설로 이끌리는 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기로 떨리는 그들의 삶을 따뜻하게 덥히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베냐민은 말했다.’ -251p.
둘째, ‘인간성의 심연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탁월한 통찰력의 소유자’인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타인을 평가할 때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시몬 베유의 말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Quel est ton tourment?)”라고 묻는 일이라는 것.
이 작품은 저 물음의 소설적 실천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셋째, 첫 페이지부터 시작하여, 술술 읽혀가는 책장들(중요). 나날이 감소하는 집중력으로 인해, 멀어져만 가는 장편소설 작품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지내요」는 어떤 환기(喚起)처럼 느껴졌다. (다시, 장편소설의 세계를 시작하는 거야! 소설집과 단편소설, 시 읽기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공감해주시길)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바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문체와 다른 국가, 다른 문화권이지만 어쩐지 한국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소설의 배경(함께 책을 읽은 친구는 중간중간 한국 소설인 줄 알았다고)과 전 세계적으로 공감하며, 생각하곤 하는(함께 생각해야만 하는) 주제들-‘웰다잉’에서 ‘기후 위기’에 이르는-을 자연스럽게, 때로 작가 특유의 재치를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 생각했던 바와 조금 달랐다는 것이다. 소개만 보았을 때는 「먼 길로 돌아갈까?(게일 콜드웰 저/문학동네)」와 같이 ‘그 여행’이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친구는 전혀 다른 느낌의 여행을 제안한다. 바로, 암으로 인해 선고받은 시한부의 삶. 그 앞에 선택하게 된 ‘안락사’라는 선택. 그리고 그 마지막 여행에 함께 해줄 것을 부탁하는 친구.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거나 생각해봤을 일들이 실제로, 책 안에서 펼쳐진다. 그 과정이 무척 담담하고-그렇지만 건조하진 않은- 차분해서, 읽는 내내 책의 내용과 함께 스스로에게도 물음을 던지고 답하며, 또한 함께 읽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실제로, 완독한 이후가 아닌 읽는 과정에서부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또한 喚起가 아니었을까)
이 여행의 결말은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결말이 중요한 여행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목도하게 될 무수히 많은 삶의 모습들로부터 우리는 명확한 하나의 선택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하나이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여러 개이듯. 우리의 선택은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또한 선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듯, 나는 나를 이루는 것들-사람, 동물, 장소, 환경 등-로부터 만들어져 감을 생각한다면, 그들로부터 나온 선택 또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에 해당하는 1부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2부 그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주인공의 사유가 담긴 3부까지.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읽은 한 권의 소설은 더 많은 생각과 사고의 시간을 건네주었다. 죽음을, 마지막을 생각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 권의 소설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 나가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 책 「어떻게 지내요」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p.166~167
♣ 저자 소개 (저자: 시그리드 누네즈)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95년 장편소설 『A Feather on the Breath of God』을 시작으로 여덟 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수전 손택을 회고한 산문 『우리가 사는 방식』을 펴냈다. 2018년 『친구』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화이팅 상, 로즌솔 가족 재단 상, 로마 문학상 등을 받았고, 베를린 상 펠로십, 구겐하임 펠로십에 선정된 바 있다. 2021년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컬럼비아 대학, 프린스턴 대학, 뉴스쿨 등에서 가르쳤고, 보스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누네즈의 작품들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 목차
1부
2부
3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