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 주 용

한 스파클링 음료 광고가 ‘사과 톡톡톡~’이라는 흥미로운 음을 가지고 TV 및 유튜브 광고계를 휩쓴 적이 있었다. 혹자는 지나친 반복 광고에 지친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해당 음료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그 해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사람들은 단지 광고를 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 브랜드를 기억하고 구매했다.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모두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는데, 우리의 사소한 결정에도 무의식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심리서 <프로이트의 의자>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국제정신분석가, 정도언의 신작이다. 사람들은 보통 무의식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어떤 결과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 소개하려는 이 책은 무의식을 기술로 바꿀 수 있다며 이를 조절해 꽁꽁 묻어두었던 우리의 과거와 피하고자 했던 것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보자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의 세계를 읽어내는 기술로 여덟 가지를 꼽았다. 기술을 분류하는 데 특이하게도 목차의 각 장을 ‘판’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판도를 바꾸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해당 판의 사례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놓쳤던 이야기들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두고 ‘다르게’ 해석하라는 데 핵심을 둔다.

지나친 공감은 내 삶은 물론이고 남의 삶에도 해를 끼칩니다. 몰입해서 돕다가 남이 사는 방식과 내용을 침해합니다. 나만을 위한 공감이 된다면 상대방 삶의 정체성을 무너뜨립니다. (p. 99)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건 없는 공감이 필요하다고 익히 들어왔었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우리의 무의식에 내재하여 있던 교과서 같은 이야기였다.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일 뿐, 나를 지키며 공감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조건 없는 믿음이 아닌 우리에게 쌓인 경험치들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이처럼 독자마다 각 대목이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정리해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삶의 판도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했을 때 우리가 힘들었던 일들은 다르게 비춰질 수 있으며 본연의 행복을 찾아 나가라는 대주제로 귀결된다.

저자는 후회 없는 삶은 없고, 그 삶도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관계를 유지하기 이전에 우리는 ‘나’를 돌아보고, 관계에 있어 나를 지킬 수 없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언뜻 요즘 유행하는 자기 계발 에세이의 주제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 트렌드를 곁들인 심리학 입문 안내서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나’를 분석 후 재정립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