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신유림
이토록 낯선 스타일의 책을 어떻게 서평으로 써야할까, 고민이 참 많았다.
한글에서 딱 한글자만으로 말맛을 확 살리는 글자들을 찾아서 두 페이지는 그에 대한 사전적 의미나 유래, 느낌, 자신의 이야기 등을 적어놓고, 세 번째 페이지에는 캘리그라피(멋글씨)작가의 작품으로 그 한 글자를 표현했다. 우리나라 캘리그라피의 대표작가 3인방 중 한명인 강병인은 붓과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그 글자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대단히 잘 담았다.
책자체가 작고 가벼운 소프트커버여서 들고 다니며 읽기 좋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읽는 다는 핑계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잡지기자를 15년 동안 한 작가여서 글이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는데, 굉장히 말랑말랑하고, 자유분방했다. 평범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규칙적이며 진지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산만하다고 느껴질 수 도 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의외로 재밌는 부분도 많았다. 아래는 장세이 작가가 쓴 글의 일부이다.
창밖으로 성마른 가을이 낙엽 타고 쌩 지나간다. 곧 겨울 실은 바람이 씽 불어올 테지. 모든 순간, 쌩한 씽(生한 sing,생생한 노래), 바람이 분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쌩처럼! 바람은 무엇으로 가둘 수 도, 거를 수도 없다. 자의든 타의든 평생직장을 거부하고 이십대에 퇴사하고 삼십대에 퇴직하는 풍토를 바람에 빗댄 말로, 자유를 갈망케 하는 부자유한 상황을 대변하기도 한다. p.125
♣ 저자 소개(장세이)
이야기꾼. 한여름 한낮, 부산에서 앙 첫울음을 울었다. 쑥 자라 수학 책에 근대 소설 쓱 끼워 읽는 국어 만점 이과생이 되었다. 사범대학에 떡 붙은 뒤로는 내내 시를 읽었다. 졸업 후 고향에서 뚝 떨어진 서울로 와 15년 동안 잡지기자로 살았다. 나무 수필 『서울 사는 나무』, 우리말 의성의태어를 담은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등 일곱 권의 책을 썼다. 쭉 글 짓고 책 엮으며 우리말과 휘 놀고 싶어 한다.
♣ 글씨 작가 소개(강병인)
멋글씨 예술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붓을 꽉 잡았다. 1990년대 말부터 전통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하여 글이 가진 뜻과 소리, 마음을 폭 담은 글씨를 썼다. 영화 「의형제」, 드라마 「대왕세종」, 「미생」의 제목, ‘참이슬’(2006)과 ‘화요’ 상표의 글씨를 휙 써냈다. 그 덕에 대한민국 디자인 공로상 은탑산업훈장을 딱 수훈(2012)하고, 한 글자로 된 글씨의 힘을 담은 책 『글씨 하나 피었네』와 글씨로 된 그림 동화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만들었다. 지금은 강병인글씨연구소를 운영하며 나날이 헤 한다.
♣ 목차
『오롯한글』의 글을 쓰며 - 말맛을 일깨우는 단 한 글자
1장 수평의 말
불다 - 하 호 후
2장 수직의 말
뀌다 - 뿍 뽕 뿡
떨어지다 - 똑 뚝
떨어지다 - 꽁 꿍 콩 쿵 퐁 풍
떠오르다 떠다니다 - 둥 붕
3장 사선의 말
베다 - 삭 싹
소리를 지르다 - 깩 끽 빽 삑
내리쬐다 - 쨍
4장 만방의 말
트림하다 - 꺽 끅
내뱉다 - 칵 캭 캑 퉤
토하다 - 꿱 왝 웩
들이마시다 - 흠 흑 흥
긁다 문대다 찢다 - 박 벅 북 쪽 쭉 찍
찌르다 박다 찍다 - 콕 쿡
들어가거나 내밀다, 올라가거나 내려가다 - 쏙 쑥
스치다 - 솨 쏴 쌩 씽
빠르게 움직이다 - 핑 ? 획 휙 횡 홱
쓰러지다 - 팩 픽
달라붙다 늘어지다 - 착 척 축
벌어지다 들러붙다 - 딱 떡 짝 쩍
퍼지다 - 짝 좍 쫙
5장 순환의 말
울다 - 앙 왕
아픈 소리를 내다 - 깽 끙 낑 캥
나팔이 울리다 - 뚜 부 뛰 빵
크게 울리다 - 꽝 쾅 땅 탕
치다 두드리다 - 꽹 땡
뚫리다 터지다 - 봉 빵 펑
여럿이 몰리다 - 와 왁 우
날아가다 - 앵 웽 윙 잉
돌다 - 뱅 팽 횡 휭
글썽하다 - 빙 핑
웃다 - 해 헤
6장 정지의 말
누르다 숨다 - 꼭 꽉 꾹
막히다 - 컥 헉
비다 - 텅
사라지다 - 쓱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