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은주

요즘 현대인들의 키워드는 단연 힐링, 쉬어감 등의 retreat로 표현될 수 있는 휴식이 대세일 것이다. 그만큼 복잡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가능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명상하고 쉬어가는 것이 하나의 휴식 유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혼자 피는 꽃은 없다’는 저자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압화 심리치료를 한 경험담을 쓴 수기이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학교 공간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상처가 있고, 인정 욕구가 강하다고 한다. 저자는 ‘압화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먼저 첫 번째 단계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시작한다.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첫 단계는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압화’란 말은 꽃을 눌러 말려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평소 압화에 관심이 있어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책 사이에 끼워 말려서 보관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스위스 여행에서 Schynige Platte라는 고지대 초원에서 가져온 스위스 꽃 압화이다. 또한 난지한강공원에서 지난 해 가을 세잎 클로버를 눌러 말려서 종종 지난 일을 추억하고 싶을 때 들여다보곤 한다. 이처럼 식물은 한 개인에게 추억할 수 있는 일과 영혼에 쌓인 스트레스를 잊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압화 치료에서 압화란 생물의 자연적 소멸을 반영구적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통하여 무의미나 공허한 삶의 태도를 새로운 기회, 계기, 전환 등 의미 있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과정의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꽃과 잎을 말한다.

이처럼 압화 심리치료는 압화를 이용한 다양한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서 성취감, 집중력, 존중감, 만족감 등을 경험해볼 수 있다.

압화 심리치료의 역사는 크게 분석 상담, 원예치료, 의미치료, 로저스 상담, 실존주의 등의 단계를 거치며 발전하였다. 압화 심리치료는 다음의 단계로 진행된다.

주체적 자각 - 자유의지- 선택과 결정 - 신념의지 – 기다림, 의지 - 집중과 환희 - 카타르시스- 스타트 - 자아 성찰 및 존중 - 뉴스타트

압화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꽃들의 여러 색에는 내담자의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상징이 내포되어 있다.

빨강 - 열정, 주황 - 안전감, 노랑 – 행복,

초록 - 자신감, 하늘색 - 편안함, 파랑 - 안정된 휴식,

보라 - 신비감, 남색 - 기다림, 분홍 - 냉정한 판단력

압화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1) 이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감정 10가지는?

2) 이 작품의 제목을 정한다면 무엇이라고 하고 싶은가요?

3)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이유는?

4) 작품을 보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5)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보세요.

압화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소개한 내담자 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휘민이는 동네 주변의 벽화를 찍어서 다음과 같은 스토리를 만드는 것으로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휘민의 스토리텔링(벽화사진 촬영 후 스토리만들기)

- 시원해진 날씨 덕에 인간들은 신한테 감사한 마음으로 축제를 열었습니다.

-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재밌게 놀고 인간의 신에게 감사 인사도 드렸어요.

또 다른 사례로 부모님께 양가감정을 갖고 있던 고등학생 수진이는 15회차의 압화 심리치료를 받으며, 위압적인 몸짓과 큰 목소리가 트라우마인 것을 알고 재경험 성공과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수진이는 락스로 몸 닦는 것을 멈추고, 학원 강사가 되기 위해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

저자는 고민의 바다에 빠져 있는 청소년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 아시지요? 모든 부모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응원하시는 것을요.

지성이면 감천이고 원하면 반드시 통하고 넘쳐야 보이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부모님이 보일 수 있을 만큼 행하십시오. 여러분의 선배인 저도 응원합니다.

한 유명 연예인이 쓴 책 제목처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세상이다. 그러나 지쳤다면 잠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쉴 수 있어야 한다. 식물을 좋아하고, 그러한 식물에 얽힌 추억을 남기고, 또한 잠시 상처 입은 마음을 내려 놓고픈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