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모두 보기

주메뉴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저자 : 사과집 지음
  • 출판사 : 상상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한 818-ㅅ122ㄸ
  • ISBN : 9791190938631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장리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장례식에서 여성들은 상주 투쟁을 하곤 한다. 누나가 여럿 있는 집도 막내아들이 상주가 되고, 딸만 있는 경우엔 사위가 상주를 서는 게 관례라서다. 관습적인 장례에서는 여성 혐오가 곳곳에 묻어있다.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단어만 봐도 그렇다.

 

작가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가는 엄마와 여동생을 대신해 장례가 치러지는 3일 동안 모든 것을 도맡지만 상주 완장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인 사촌 오빠가 찼다고 한다. 남자 형제가 없어서 남 일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주하게 되는 현실과 혼란스러운 애도의 과정을 다룬 에세이다. 장례 절차와 장례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은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애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겪은 사람들에겐 공감 섞인 위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예방 주사를 놓아줄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요즘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죽음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며 삶을 다시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32

얼마간 그 사실이 나를 괴롭혔다. 아빠의 유골함을 안고 졸았다는 사실이, 아빠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나? 나는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인가? 나는 애도의 우선순위 따위를 모르는, 사회화가 덜 된 인간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과연 나 하나일까?

 

P. 145

아픈 일도 별거 아닌 것처럼 의연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은 일어서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하루빨리 아빠의 죽음을 잊겠다거나, 강철 체력이 되겠다는 허황된 기대나 목표 없이 그저 오늘을 걷기로 한다. 가끔은 수다를 떨면서, 가끔은 서로의 보폭을 존중한 채로 그저 조용히 축축한 오솔길을 걷는다. 우리는 멀리 볼 거니까. 그리고 우리는 함께 멀리 갈 테니까.

저자 소개 (저자: 사과집)

에세이스트와 저널리스트의 경계에서 평생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자주 소름이 돋아 닭살이 오르는 사람. 그만큼 세상만사에도 분노하는 피부를 갖고 싶다.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사랑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연립의 삶을 지향한다.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업에 대한 고민 없이 연봉만 보고 선택한 대기업을 퇴사하고 여행을 떠났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2019년 여름, 귀국한 지 3주 만에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 글쓰기 모임인 마기슬(마감의 기쁨과 슬픔)’을 만들고, 매주 한 번 죽음에 대한 글을 썼다.

나는 좀 더 괜찮게 죽고 싶었다.

 

사과집은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기의 준말. 시사 PD로 일하며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다. 공채형 인간, 싫존주의자 선언을 썼다.


목차

프롤로그: 이것은 애도가 아니다

 

1부 더 나은 죽음

아빠가 죽어도 상주 못 서는 딸

화장터에서 조는 사람

애도, 잠들지 않는

비정상적인 장례식

정확한 죽음을 상상하기

 

2부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산초 된장찌개를 끓이며

금산으로 가는 징검다리

죽은 자의 짐 정리먹고 사는 일에 관하여

직장에서 죽지 않는 법

100만 원의 슬픔

가부장제에서 탈퇴하는 법

아홉수 우리

전화를 걸지 않는 사람

 

3부 세 여자의 애도법

향초가 꺼지지 않도록

부고의 장점

결혼식과 장례식 사이

돌아온 나의 산

사연에는 후배가 없다

글루텐 프리 가족

세 모녀, 등산을 시작하다

묫자리는 왜 보러 가요

 

4부 나의 죽음은 나의 생을 깨운다

미래의 추모공원

사후 가난

내 비밀이 죽고 나서 밝혀진다면

나의 사이버 장례식

죽는 것도 웃길 수 있으니까

빨리 노인이 되고 싶다

비혼의 할머니가 될 것이다

치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삶이라는 이름의 권리

죽음에 대한 사적인 가이드라인

 

에필로그: 여전한 애도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