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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저자 :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 장혜경 옮김
  • 출판사 : 갈매나무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491.5-ㄱ478ㅇ
  • ISBN : 9791191842050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 주 용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사고 이후의 말()에 대해 설왕설래가 진행 중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위해 말이 달리는 길목에 와이어를 설치하여 말을 억지로 넘어트렸고, 이때 상처 입은 말은 사고 일주일 후에 명을 달리했다는 비보였다. 이후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프로그램의 존폐를 논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가 흔히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개나 고양이 등의 작은 체구의 동물에서 나아가 도구나 소품으로 사용하는 돼지나 소, 말의 생명 존중까지 논하게 했는데, 이로 인해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점이다.

 

그래서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는 수의사 리나 구스타브손이 실제로 일했던 85일간의 돼지 도살장 근무 일지다. 스웨덴에서는 식약청 소속의 수의사들이 법규 유지를 위해 파견 형태로 도살장에서 일한다. 앞서 언급했던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은 도살 직전의 동물을 뜻하는 것으로, 수의사는 이들이 식자재로서 적합한지 마지막으로 검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도축되기 직전 가스실로 이동하는 돼지들의 모습과 도살 과정의 체계적인 분업화는 다른 누군가 보면 아무 감흥도 않을 장면들이다. 하지만 동물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었던 수의사인 그녀는 돼지들을 위해 매일 똑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돼지를 직접적으로 때리지 말라, 돼지가 모여있는 곳의 돈()방의 제한된 머릿수를 지켜라, 그들이 머무는 장소가 습기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짚을 더 깔아라.’라고 수백 번을 외치지만 그때뿐이다. 말하지 못하는 돼지들은 제한 머릿수를 넘는 방에 불편하게 갇혀 있다가, 사람의 채찍질로 이동되어 고통스럽게 마취된 후 식자재로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갈 뿐이었다. 40년이 넘도록 반복된 행위였다.

 

질병과 맞서는 투쟁을 생각한다. 같은 투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평가가 얼마나 다른지도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욕망에 따라서만 주고 뺏는다. 시멘트 바닥에 앉은 외로운 돼지를 보며 그 모든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녀석은 숨을 헐떡이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 “쏴요.” 내가 말한다. (p. 235)

 

도살장에서는 돼지를 동물이 아닌 제품으로 취급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식 상, 돼지를 반려동물로 분류하기란 쉽지 않다. 불안에 떠는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안고 있는 사람들은, ()방에 갇힌 돼지의 불안함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 실정이다. 책 속에서 그려진 사람의 눈을 피하지 않고 지긋이 쳐다보는 돼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살아있을 때의 교감이 가능한 생명체의 모습과 도축되어 있을 때의 식자재로서의 모습에 커다란 괴리감이 발생해 돼지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는 쉽지 않다. 안타깝지만 도살장의 현실이 너무 적나라할 뿐이다. 작가는 인간은 돼지만 바꾸었을 뿐, 돼지의 환경은 바꾸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결국 85일간의 도축장 근무를 갈무리한다.

 

책에는 육식을 금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단지 작가가 일했었던 도축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저자 역시 시스템적인 측면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끝내지만, 책을 통해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동물들이 도축되는 장면을 그려내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꺼낼 수 있도록 하고, 결국엔 이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게 만들고 있다. 돼지가 도살되기 전, 마취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용감하게 검은 고무 커튼을 들춰냈던 작가처럼,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저자 소개 (저자: 리나 구스타브손)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공부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다가, 표현하지 못할 고통을 견뎌내지만 아무도 싸워주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국립식품청 수의직 공무원에 지원하여 2017년부터 도축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경험을 기록한 85일 동안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2020년 스웨덴 올해의 수의사 상 최종 결선 4인에 들었다.

 

목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