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평
어느 날, 내 머리에 삐쭉삐쭉 풀이 자라났다. 놀라고 당황한 마음에 얼굴을 감싸 쥐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건 내가 아니라고,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풀을 다 뽑는다면, 어둡게 빛을 가려보면, 혹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면 나아질까 궁리해보지만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풀은 계속 자라고 있다.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모습을 아예 부정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감추려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드는 막막함이나 원망, 분노나 체념 등의 감정과 생각의 변화가 풀, 가시, 꽃 등이 머리에 자라난 다양한 모습과 함께 그려지고 있다.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은, 어느새 활짝 피어있는 꽃처럼 평온한 미소를 띠고 있다. 나에게 있어 ‘풀’은 무엇이고,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또 내게 필요한 만큼의 행복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어린이책시민연대
⊙ 저자소개
저자 : 한나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머리 위에 풀이 자란 여자의 이미지가 마음속에서 자라났다. 첫 번째 그림책 『풀이 나다』에서 그 이미지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혼자만 품고 있던 비밀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 목 차
목차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