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장리다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종이 없이 텍스트를 읽는 비중은 점점 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 이용을 선호하고, 종이책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작가도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가 얼마나 책에 대해 얼마나 애정이 있고, 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작가는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분량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월정액 대여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읽는 책 전부를 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정된 독서 시간을 따져보면 일생에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 자기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고르기 위해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출판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소중한 시간을 좋은 책을 가려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분실된 책’ 챕터에서 작가는 대학에서 근무 중 대학도서관에서 장서점검을 하며 장서들이 원래 자리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꽂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도서관 자료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도서를 정리하다가 실수로 잘못된 위치에 두었다기보다 엉뚱한 위치에 있는 책이 생각보다 많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출하지 않고 자료실에서 책을 읽기 위해 본인만 아는 곳에 숨겨놓으니 도서관을 방문하여 책을 찾는 이용자가 헛걸음할 때도 있고, 무인예약이나 상호대차를 신청한 경우 책을 서가에서 찾다가 발견하지 못하면 취소되어 불편을 겪는 일도 자주 생긴다. 공공도서관은 우리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니 다른 이용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에 바침>은 제목처럼 모든 책에 바치는 헌사이자, 책을 읽는 사람은 물론이며, 책을 쓰고,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책 이야기이며, 작가의 책에 대한 추억, 애정이 담긴 관찰을 따라가다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길 것이다.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 p.163

장서광은 중독된 자들이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책 중독도 끊임없이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책들이 책장 밖으로 넘쳐나고 바닥에 높이 쌓이고 빈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마지막에는 책들 자체가 가구가 되고, 심지어 정말 마지막에는 소유주의 유일한 가구가 된다. - p.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