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정문

‘종교는 이미 그 사람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역사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4p.

책의 서문에 써져 있는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직접적인 동의를 갖기는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영적 존재가 있다고 믿지만,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종교는 나에게 초등학교 때 피자를 주던 전도사님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저 문장이 직접적으로 동의를 하게 되었다. 4월 말이 되어 직장인의 필수 코스인 5월 달력에서 휴일 찾기를 하던 중, 5월 19일이 부처님 오신 날임을 확인했을 때 말이다.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휴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직장인의 행복만으로 고민할 것은 아니다. 식목일을 휴일로 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것으로 정재계와 정부가 심각한 논의를 펼치는 것처럼, 사측의 생산성 보장 및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측면과 더불어 휴일 지정으로 인한 소비 및 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고대 외국 국가, 그것도 옛날에 태어난 사람의 생일을 우리나라의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서는 안 된다, 즉 우상신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사상은 유대교 성서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기독교에서 더욱 강조되었다.’ - 81p.

이 책은 이러한 종교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 돈이라는 수단을 통해 설명한 책이다. 애덤 스미스가 명했던 ‘ 검은 손’이라는 시장 가격처럼, 책의 부제인 ‘은밀한 관계처럼’ 종교는 거시경제 뿐 아니라 미시경제, 개인의 경제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현재도 끼치고 있다. 책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및 불교와 같은 현대 대세 종교가 끼친 경제적 영향력을 다양한 사례로 풀고 있다. 그 사례를 보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행하고 있던 종교적 관습과 경제적 습관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내가 몰랐던 나의 삶의 기원을 찾게 되는 과정에서 소소한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코란에는 결혼을 하기 위한 자금에 대해서도 기재되어 있다.’ - 174p.

중요한 점은 이 책이 현대에도 지속되고 있는 종교 갈등으로 인한 많은 문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밝혔듯이,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않은 채로, 많은 전쟁과 사건들을 빈곤과 경제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무지는 갈등 해결의 걸림돌이다. 코로나와 기독교 및 이단 문제, 이슬람교의 횡포, 유대인의 경제 시각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면 적어도 그 종교의 기원, 그리고 그 권력이 행하는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렇게 종교와 경제의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려울 수 있는 종교적 용어나 경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 속 종교의 한 단면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종교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