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서주연
지구에서 스테이
작년 이 맘 때쯤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동아시아를 휩쓸고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때.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격리되고, 줌을 사용해 재택근무를 하고, 가게의 영업은 중단되거나 제한되었다.
약 1년 우리는 멈춤을 경험했다.
지구에서 스테이는 한국, 중국, 영미, 일본 시인들이 각기 느낀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대에 대한 탄식, 소회, 소중한 일상에 대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4장으로 이루어졌고, 각 장은 국가별 시인의 알찬 시로 쓰여져 있다. 읽으면서 너무 추상적이다라고 느낀 시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 시인들은 어떤 식으로 멈춤을 느꼈는지, 표현했는지에 주목해서 읽어본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며, 특히 인상깊은 시는 에드거 바서의 ‘히포콘더’라는 시다. “가는 곳마다 몬스터 히포콘더 히포 히포콘더 언제 어디서나 몬스터 히포콘더 히포콘더 (공포 공포 공포)” 가 반복되는 시로, 히포콘더는 건강염려증 환자를 말하고 코로나로 인해 지나가는 누구나 의심하게 된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지구에서 스테이, 우리는 멈췄지만, 멈춤으로써 깨닫는 일상이 있고 여전히 살아가며 지구에 머물고 있다.
이 글이 올라갈 때 쯤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하루 빨리 사라지길 기원하며 집에 콕 박혀서 읽어볼 만 한 시. 지구에서 머무는 우리들의 이야기. 지구에서 스테이를 추천한다.
♣ 저자 소개 (저자: 김혜순)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타이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중국 어언대학 산하 번역전문 기관인 CCTSS 고문, 〈인민문학〉 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풍아송』을 비롯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침묵과 한숨』 등 옌롄커의 주요 작품들을 번역했고,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방관시대의 사람들』 등 백여 권의 중국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2016년 중국 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 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
♣ 목차
들어가는 말
생존신고서가 된 시_나민애 문학평론가
시는 슬픔의 바다에 기쁨의 물방울을 떨어뜨린다_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인
1 우리도 구하고 싶습니다_한국
2 이 도시가 죽은 사람을
바다로 버리기 시작한 것은 사월이었다_유럽 · 영미
3 나는 바이러스 맑은 후에 흐림 가끔 멸망_일본
4 적어도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고_중국, 홍콩, 타이완
역자 후기
바이러스의 재난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문학_김태성 번역가
지구에서 스테이!_요시카와 나기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