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지현

여성은 결혼 후 꼭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걸까?

위 물음에 대한 답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①결혼 후 아이를 가져야 결혼생활이 순조롭게 유지되고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②아이보다 자신의 경력 또는 더 중요한 무언가로 인해, 아니면 굳이 아이가 없어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③아니면 아이를 가지는 것도 갖지 않는 것도 그저 삶의 흐름에 맡겨 필수가 아닌 선택의 여지로 남겨놓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답변들 중에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없다. 그저 각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아이보다 더 우선순위에 놓인 삶의 소중한 것들 등에 따라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지 여부가 나뉜 것뿐이다.

책 속 주인공인 로즈도 그렇다. 그저 아이를 가진 엄마보다는 나 자신으로써 존재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경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를 가지고 양육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로즈의 주변에는 로즈의 생각과 정반대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결혼 전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것에 동의했지만 마음이 변해 아이를 갖자고 말하는 남편, 손주를 요구하는 시부모님.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로즈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고,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끊임없이 로즈에게 아이를 임신할 것을 강요한다.

“본인이 나를 배반했다는 사실은 왜 깨닫지 못할까? 아이에 관해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은, 그에게 나 자신인 것만으론 의미가 없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 p.17 -

이 책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자유롭고 아이에 얽매이지 않고 나 자신만으로 존재하며 살아가고 싶은 로즈의 다양한 선택을 통한 아홉 가지 인생을 보여준다. 로즈는 어떤 삶에서는 남편과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별하기도 하고, 다른 삶에서는 임신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며, 출산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기 다른 삶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매우 비슷하게 흘러간다. 아홉 번의 선택에서 로즈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이유는 항상 같다. 남편이 자신과 다르게 아이를 원하는 여자를 만나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로즈가 아이를 낳아도 낳지 않아도 결과는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오히려 남편과 헤어지게 되는 결말을 맞는다.

“여자가 애를 안 낳는 게 애를 낳는 것 만큼이나 정상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가끔 숨이 안 쉬어져. 나에게 나 아닌 딴 사람이 되라는 압력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 p.121 -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수많은 선택지를 가진 로즈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이 자기 자신으로써 존재하기 위해 내린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하여 자신의 삶을 어떻게 완성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이 로즈 곁에 있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사랑과 우정과 가족이 있으니, 살아있음에 필연적인 비탄과 상실의 힘겨운 순간들과 나날들과 세월을 건너기에 충분하다. 거기에는 모종의 평화와 행복이 존재한다. 하나의 생에서 한 사람이 바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그 정도가 아닐까.” - p.4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