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아롬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소소하지만 행복한 고민이다. 요즘은 여러 매체를 통해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소문난 맛집에 방문해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며 배달 관련 앱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은 식사 선택의 권리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식사 선택의 권리란 무엇일까. 책 소개에 한 줄로 설명하고 있다.
‘밥은 먹지만 피자는 못 먹는다, 밥은 먹지만 치킨은 못 먹는다.’
신문사 기자인 이 책의 저자들이 만난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결식 인구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식사를 굶는다, 굶지 않는다는 의미를 벗어나야 할 시대가 되었다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지병이 있어도 건강 관리는 사치인 형편에 어쩔 수 없이 설탕국수처럼 영양가 부족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식사 선택의 권리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았지만 대부분 채식주의에 관한 글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생소한 식사 선택의 권리에 주목해 저소득층을 만나 어떤 방법과 무엇으로 끼니를 해결하는지 취재하고, 그 식사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담아 기사를 쓰고 책으로 출간했다.
‘서울역과 서대문 경찰청 근처 무료 급식 현장 옆을 지나갈 때가 많았다.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줄을 선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날 아침 식사를 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날 받은 음식을 한 끼로 먹을지 두 끼나 세 끼로 나눠 먹을지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저 ’복지 체계가 가동되는구나,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28p
퇴근길에 손님으로 가득 찬 중식당을 보며 이 책 속에 소개된 민정 씨의 사연이 떠올랐다. 짜장면이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다는 민정 씨는 무료 급식소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굶지는 않아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것일까.
위 프롤로그처럼 식사 선택의 권리에 대하여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적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연민과 동정 대신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더 좋은 복지 사회를 함께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 저자 소개
(저자: 권기석)
2020년 2월부터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장을 맡아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 ‘LH 신도시 원정투기 의혹’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등을 보도했다.
(저자: 양민철)
2021년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에 합류해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벌꿀의 격감, 꿀벌의 위기’ ‘빈자의 식탁’ ‘LH 투기 사태 그 후’ 등 연재물에 참여했다. 현재 사회부에서 법조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저자: 방극렬)
2020년 3월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에 합류해 ‘LH 신도시 원정투기 의혹’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등을 보도했다. 현재 영상센터 뉴미디어팀에서 ‘취재대행소 왱’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저자: 권민지)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에서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빈자의 식탁’ 등을, 이슈&탐사팀에서 ‘우리도 부모입니다-장애인 25인 양육 분투기’ 등을 보도했다.
♣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부 식비를 줄이는 삶
대학동엔 대학이 없다
설탕국수
하얀 라면
푸드뱅크와 바나나
청년들의 몸테크
2부 병원비에 밀리는 식비
아파서 못 먹고, 못 먹어서 아프고
다 같은 고기가 아니다
어느 날 질병이라는 청구서
사진의 힘
식사 사진을 통한 영양 평가
3부 어쩔 수 없이 혼밥
노인과 밥
혼자 먹는 밥
1000원이 불러온 변화
가난은 숨어 다닌다
죽은 자의 마지막 음식
4부 메뉴를 선택할 수 없는
더 중요한 공감
댓글이 보는 빈곤
다들 그렇게 먹는다는 말
식사의 지위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