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평

1986년, 우주와 함께한 세 남매의 가족이야기

'캐시는 아빠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부엌 가운데 서 있다는 건 알았다. 그게 가족의 이상한 점이다. 때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지 않고도 안다.' (p.67)

가족이란 공기와도 같은 존재여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족에게 슬픈 일이 생긴다면? 이때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책은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할 것 없는 사춘기의 세 남매 캐시, 버드, 피치. 그 가족에게 일어난 1986년 한달 간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이다.

첫째인 캐시는 중학교를 유급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자책하며 비관한다. 피치는 항상 마음속에 분노가 자리 잡고 있고, 자신의 탈출구를 오락실에서 찾는다. 모범생 버드는 자신이 최초의 여성 우주사령관이 되길 꿈꾸지만, 자신을 언제나 가족을 맴도는 투명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지만 접점이 없었던 이들이 챌린저호 발사라는 사건과 맞물려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신들의 고민과 좌절을 그냥 묻어두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

다소 답답하게 여겨졌던 초반의 내용이 후반으로 갈수록 명쾌하게 그려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린이의 성장소설이라기엔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없는 내용이다. 어린이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뉴베리상' 수상작이며, 우리에게 '안녕 우주'로 잘 알려진 작가의 두번째 수상작이다.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임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