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은주
공해라는 단어는 환경과 관련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소음, 대기오염, 교통혼잡 등과 같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빛공해’라는 용어도 하나의 환경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빛공해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를 의미한다.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빛공해는 세계에서 두 번째 수준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6년 이탈리아·독일·미국·이스라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미국의 관측 위성 ‘수오미 NPP’가 야간에 지구를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빛 공해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 빛 공해 면적비율이 89.4%로 90.3%인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최근 이 빛공해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 있어 추천도서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네테 크롭베네슈가 쓴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이다. 생물학자 아네테 크롭베네슈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기반하여 빛 공해의 원인과 그것이 인간과 자연,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빛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충격적 진실을 직시하게 이끈다. 그리고 빛 공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빛이 있으라, 인간, 자연, 규제와 갈등, 도시, 어둠의 가치 등의 중분류로 나뉘어 진다. 그 중에서 필자는 빛과 관련된 인간, 자연, 도시 부분에 주목해서 읽어보았다.
인간은 아침 햇빛 속 청색광을 쐬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코르티솔 등의 분비가 촉진되고, 저녁 햇빛 속 청색광을 쐬면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잠이 들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적절치 못한 시간대의 청색광은 생체 리듬을 교란하고, 암을 유발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빛 공해가 암에 걸리게 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해 암을 촉진한다고 여겨지는 에스트로젠의 수치를 증가시키거나, 밤잠을 설치게 만들어 면역 체계를 약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스라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밤의 밝기와 유방암 발병률은 관련이 높다고 말한다. 가장 밝은 지역에 사는 여성이 가장 어두운 지역에 사는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73% 차이가 났다.
동물들도 빛공해에 자유롭지 않다. 저자는 3부 자연에서 야생동물들이 빛공해 때문에 수면 및 생태에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구름도 없지만 달도 없는, 별만이 빛나는 하늘의 밝기는 0.001 럭스에서 시작한다. 보름달이 뜬 하늘은 0.3 럭스까지 올라간다. 즉, 보름달이 든 밤이 달이 드지 않은 밤보다 최대 300배까지 더 밝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로등 하나는 달빛보다 몇 배나 더 밝다. 스카이글로 덕분에 베를린의 밤은 자연 상태의 달 없는 밤보다 최대 1,000배까지 더 밝아질 수 있다. 절대 지지 않는 인공 달 1,000개를 야행성 동물 서식지로 가져오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정도를 넘어 심각한 환경 오염이다. ” (p.117)
결국 현대 사회에 이르러 다양한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명되고, 그에 힘입어 조명 기술이 날로 발전하게 되면서, 인류와 자연은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빛으로 넘쳐나는 24시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24시간이 과연 인류에게는 축복이었을까? 재앙이었을까? 빛공해의 심각성에 대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점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지금이 가을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도시의 거리로 나가보길 권한다. 인공조명의 영향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찬찬히 둘러보면 심지어는 한 나무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빛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광원과 가까운 나뭇잎은 아직 푸르고, 멀리 떨어진 가지는 벌써 앙상하다.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면 영향을 받는 게 비단 나무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수년간 베를린에서 11월에 데이지가 피는 것을 목격해 왔다.” (p.163)
그렇다면 저자는 빛공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저자는 빛공해를 해결하기 위해 조도를 낮추는 LED 조명 사용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전기를 절약하는 것처럼 일정 부분 전기 없이 지낼 수 있는 삶을 권하고 있다. 생태학자인 켈리 펜돌리의 말을 빌어 "어둠 속으로 나아가 스스로에게 빛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불을 딱 하나만 밝히라. 그것이 충분치 않으면 두 번째를 더하라. 0에서 시작해 당신이 충분히 밝다고 느낄 때까지 그 일을 계속 진행하라." 라고 우리가 현재 빛공해라는 문제에 직면해서 행동해야할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저자 소개 (저자: 아네테 크롭베네슈)
1974년 독일 헤센주 남부에서 태어났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과 야생 동물의 생물학적 리듬을 연구했다. 2013년 연구 단체 ‘밤의 상실’을 대표하여 처음으로 야간 인공조명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유럽 전반을 아우르는 단체인 ‘밤의 상실 네트워크’와 독일 조명기술협회의 회원이며, 블로그 ‘밤과 빛’을 통해 대중에게 빛 공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목차
1부 빛이 있으라
빛 공해
빛의 역사
오늘날의 빛 산책
2부 인간
24시간 사회
생체 시계
빛이 병을 만든다
3부 자연
밤의 생활 공간
가로등에 매혹되는 나방
죽으러 가는 길
다음 세대
자연의 박자가 흐트러질 때
먹이사슬에 난 구멍
야간 서식지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4부 규제와 갈등
빛이 있는 곳에 갈등도 있다
강력한 법인가, 유연한 가이드라인인가
5부 도시
더 밝다고 더 안전하지는 않다
교통안전을 위한 점등
빛나는 광고판
빛과 예술
6부 어둠의 가치
별을 찾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더 읽을거리
감사의 말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