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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지 마세요 앉으세요
앉지 마세요 앉으세요
  • 저자 : 김진우 지음
  • 출판사 : 안그라픽스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638.3-ㄱ943ㅇ
  • ISBN : 9788970598345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정문

 

'천 가지 의자는 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 누구든 저마다 의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지 않을까. ... 그래서 난 의자가 사람 같다.' - p. 15

 

<앉지 마세요 앉으세요>는 우리가 머문 자리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책이다. 디자인학과 교수가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26개의 의자는 마치 하나하나의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인물처럼 의인화되어 5개의 막(목차) 속에서 살아 숨쉰다.

 

'힐 하우스의 주인공 매킨토시의 <레더백 체어> : 저는 어느 곳에 놓여도 시선을 잡아끕니다. 제 위에 선뜻 앉기는 쉽지 않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지 않으신가요?' - p. 23

 

책을 보면서 따뜻했다. 마치 속삭이듯 이야기를 하는 의자의 말 뒤에는 파스텔톤으로 색칠한 의자 그림이 있다. 실물 의자 사진이면 딱딱하게 식었을 텐데, 의인화된 글이 가진 따뜻한 느낌을 지속하게 하는 섬세한 삽화가 있어 다행이었다. 의자마다 짧은 페이지로 구성되지만, 의자에 대한 디자인적 설명부터 만들어진 계기, 역사, 세상의 평가와 작가의 감상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여러 잡지, 신문의 칼럼과 기사 등을 통해 글쓰기 근육을 키웠다는 작가 소개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고 나서 바라보는 나의 의자에 의문과 의미를 남게 하는 함축성이 있다.

 

'야콥센이 다리 세개짜리 <앤트 체어>를 고집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 다른 하나는 사람이 원탁에 둘러앉을 경우 다리 세 개짜리 <엔트 체어>를 사용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홀로 공간을 점유하는 개인이 아니라 서로 곁을 내주고 가깝게 지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 - p. 70

 

유현준 작가의 '공간의 미래'가 생각났던 대목이다. 그 책을 보고 있으면, 내가 보고 머무는 공간을 나의 목적에서 공간의 목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얻게 된다고 생각했다. 여백 없이 나의 필요성만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는 공간, 그렇기에 여백을 만드는 공간의 미래에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슷하게 이 책은 '공간의 미래'의자판이지만, 좀 더 문학적이고 따뜻하게 공간의 요소인 의자를 섬세하게 알아본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Favela는 빈민촌을 뜻하는 포르투갈어이다. ... 나무 조각을 질서 없이 쌓고 겹치고 덧대어 만든 <파벨라>는 영락없는 빈민촌 '파벨라'의 축소판이다. ... 온갖 가난과 절망이 넘치는 곳, 감히 살아볼 상상조차 못한 곳에서 위기와 고난이 닥칠 때마다 기우고 메워온 빈민의 삶 그 자체다.' - p. 119

 

새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나를 위한 의자를 찾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주변을 살펴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앉기에 불편하다는 단순한 감상과 평가를 넘어 그 속에 담긴 고통과 행복이 이중적인 삶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내 친구, 내 동료, 내 가족, 그리고 내가 있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걸 인식해야만 의자도, 의자 디자인도, 의자에 대한 글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멋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 이후의 역사를 살아갈 것이다.' - p. 210

 

그렇게 이 책은 변기라는 의자에 앉아 보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다시 곱씹어 보게 한다. 나와 나의 주변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가 만든 이야기를 들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그의 삶은 그가 머물었던 의자처럼 아름다웠는지, 색다른 주인공이었는지, 편안한 조연이었는지, 유구한 역사를 갖는지 질문하게 한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의자, 그 의자처럼 무관심하게 대했던 나의 주변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 소개 (저자: 김진우)

충주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 2004년부터 실내 디자인 스튜디오가구 디자인교과목으로 학생들과 만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가구 디자인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과 작품을 발표했다. 지금껏 쌓아온 전문지식이 이 시대의 삶과 연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논문이 아닌 대중에게 읽히는 글에 도전하게 되었다. 20154월부터 지금까지 충주지역 <교차로>에 격주로 연재하는 칼럼으로 재능 기부하고 있으며, 격월간 교육 잡지 <민들레>, 대한항공 기내지 <비욘드>, 일간지 <한겨레>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며 대중과 만나는 글쓰기의 근육을 키웠다. 건강하고 즐겁게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을 통해 타인과 엮이길 희망한다.

 

목차

 

무대를 열며

 

1막 나는 주인공입니다

*힐하우스의 주인공: 매킨토시의 래더백 체어

*튀는 의자들: 베르너 판톤의 의자

*표현의 매개체: 론 아라드와 자하 하디드의 의자

*까칠한 매력의 소유자: 요나스 볼린의 콘크리트 체어

*일필휘지의 묵직함: 최병훈 작가의 태초의 잔상

 

2막 나는 조연이 더 좋습니다

*대중 의자의 탄생과 귀환: 미하엘 토네트의 No.14

*스테디셀러의 대표 주자: 아르네 야콥센의 의자

*핀란드의 국민 의자: 알바르 알토의 스툴 60

*무명씨가 만든 좋은 디자인: 셰이커 교도의 의자

*특별한 평범함: 야나기 소리의 버터플라이 스툴

 

3막 나는 의자가 아닙니다

*가구와 조각의 합집합: 보리스 베를린의 아포스톨

*의자가 된 도자기: 도예가 이헌정의 의자들

*변신하고 합체하는 장난감: 칼슨 베커의 아이를 위한 의자

*빈민촌의 삶을 대변하는 모형: 캄파나 형제의 파벨라

*앉아 기대는 장소: 하지훈의 자리

 

4장 나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역사와 타이밍: 미술공예운동과 레드하우스의 세틀

*바실리 체어에서 지워진 이름

*고유함을 향한 욕망: 체코 큐비즘과 의자

*틀을 깨는 매력: 멤피스의 의자

*덜고 덜어 남은 본질: 미니멀리즘과 의자

 

5장 나는 질문합니다

*색바랜 시간의 의미: 닐스 바스의 어제의 신문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위르헌 베이의 코콘 체어

*복제와 오마주의 차이: 중국 의자와 더 차이니스 체어

*의자란 무엇인가: 우치다 시게루의 다실

*무엇을 위해 디자인하는가: 윤호섭의 골판지 방석 의자

*미래에도 의자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판보 레멘첼의 24유로 의자

 

무대를 닫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