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은주

우리가 접하는 그림, 음악, 연극 등에는 다양한 서양문화사의 전통이 내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 신화는 고전을 접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라고 하면, 흔히 토머스 불핀치가 쓴 <그리스 신화>를 대부분 접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일반적인 <그리스 신화>와는 조금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원래 그리스 신화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원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세계를, 핵심 인물 영웅으로 한정하여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이아손, 테세우스 등의 영웅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이아손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면서 영웅의 강점과 결점을 포착하고, 이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헤라클레스와 그의 12가지 노동, 그리고 황금 양털을 찾는 이아손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이야기의 극적인 요소를 매우 생생하게 이야기할 때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좀 더 감동하게 되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영웅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과도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포착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페이지에서 상상 속으로 뛰어들게 하여 오늘날 그들이 세상에 있었다면 공감할 수 있게 하여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재미있는 독서로 이끌게 된다.

작가는 영웅의 결점에 맞서고 그들의 인간적인 결점을 인정함으로써 영웅과 사랑에 빠지게 한다. 전투, 연애, 신과 괴물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작가는 독자가 각 영웅에 대한 하나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헤라클레스는 다소 천박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며 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사용한다. 이는 또한 그의 인생에서 많은 상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고 있다. 즉,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헤라클레스의 영웅적 페르소나를 넘어 인간적인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기존의 <그리스 신화>와는 다른 스티븐 프라이 <그리스 신화>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헤라클레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헤라클레스는 왕과 아들들을 죽이고, 몇 년 전 동생 히포콘에게 축출당했던 스파르타의 합법적 왕 틴다레오스를 왕위에 앉혔다.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틴다레오스와 그의 아내 레다가 트로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가 틴다레오스를 스파르타의 왕위에 앉히지 않았다면 과연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기나 했을까?

헤라클레스는 자연계를 위협하는 고대의 야만적인 존재들을 없애고, 그리스 역사에 중대한 역할을 한 새로운 정권들과 왕조들을 세웠던 것이다. 카드모스가 태베를 건설한 영웅, 테세우스가 아테네를 건설한 영웅이라면, 헤라클레스는 그리스를 건설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p.166)

<그리스 신화>는 여러 작가들의 손길로 다양하게 변주가 된 소재이다. 비록 이 거대한 문화사적 주제는 우리 모두가 전에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헤라클레스와 이아손과 같은 가장 인기 있는 영웅의 경우에는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가 그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그리스 영웅이나 그리스 신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작가가 모든 소재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며,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에 대해 배우기를 바라지만, 또한 독자가 영웅의 삶에 뛰어들어 그와 함께 웃고, 이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만큼 재미있기를 원한다.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의 주제에 대한 심오한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구절에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대한 그의 애정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