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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 저자 : 조해진, 김현 [공]지음
  • 출판사 : 미디어창비
  • 발행연도 : 2020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818-ㅈ696ㄷ
  • ISBN : 9791191248029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

 

인간은 아름답니?’ 하고 묻자,

저는 늘 답해요. 인간은 아름다울 수 있다.’ 하고 답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저마다 아름다움의 조각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며 온기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쪽이니, 아니면 인간이야말로 어리석고 추하다는 생각과 함께 싹트는 회의와 냉소의 편이니? ‘하고 다시 묻자,

아무래도 저는 인간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여기는 쪽인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은 어리석고 추한 생각일까요? ‘하고 되묻는다.

이것은 한 소설가와 한 시인이 나눈 편지의 시작이다.

 

영화 끝나고 도착한 편지들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여름을 지나가다>, <빛의 호위>,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 담담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빛나는 문장들과 타인으로 향하는 깊이 있는 시선을 글로 담아내는 조해진 소설가와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아무튼, 스웨터> 등과 같이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의 산문을 통해 우리의 곁을 지키는 김현 시인이 영화를 본 후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치는 다정한 안부와 안녕의 인사. 소개만으로도 이미 다정한 손인사를 건네받은 느낌이 드는 이 책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편지영화라는 2가지 방식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우선, 편지. 편지와 서간문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편지로만 이루어진 글은 흔하지 않다. 그것만으로 애틋해지는데, 소설가와 시인이 주고받은 편지라니. 두 작가의 수상경력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조해진 소설가와 김현 시인. 두 작가의 애독자로서,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미 한껏 기대해버리는 조합이다.(이 기대가 궁금한 분들에게는 <빛의 호위> <단순한 진심>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호시절>을 추천한다) 김현 시인의 산문을 읽어본 이라면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문장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세계를 향해 끝없이 질문하고, 의심하고, 좌절하지만, 끝내 믿고, 나아가는 것이. 그 나아감을 함께이기 위해 글을 써내는 것이 작가로구나. ‘타자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으로 소설을 쓰는조해진 소설가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것이다. 한 통의 편지마다 영화 이야기는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야기, 삶에 관한 이야기, 살아감에 관한 이야기가 당연하게도 들어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을 책으로 읽었다기보다는, 편지로 대했던 것 같다. 잠들기 전 두 통의 편지를 읽고, 이 편지에 담긴 두 소설가와 시인의 생각 속에서 함께 생각하고, 골몰해보며, 다시 나의 삶으로 이들의 문장을 끌어오는 일련의 과정들을 하루 만에 끝내 버리기에는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천천히, 한 통 한 통 도착한 편지를 받는 기분으로 편지를, 그리하여 세계를 읽어 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편지의 장점을 많이 부각한 것 같지만, 이 책의 주제는 영화). 책의 첫 장이 편지라면, 마지막 장은 영화목록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 상영 중인 영화목록이라는 페이지에는 소설가와 시인이 이야기를 나누며 언급했던 영화의 색인 목록이 적혀 있다. <시네마 천국>, <이터널 선샤인>, <여인의 향기>와 같은 고전 명작, <보이후드>, <셰이프 오브 워터>, <어바웃 타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최근 헐리우드 작품, <날씨의 아이>, <언어의 정원>과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 <생일>, <한공주>, <윤희에게>와 같은 한국 작품까지.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한 영화의 이름에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추억의 계기가 될 것이고, 영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영화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덧붙여, 소설가와 시인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게 됨으로써, 책을 읽는 우리의 시선 또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1상영 시간표를 확인해주세요가 끝나면, 2모모 님이라고 부를게요가 이어진다. ‘모모 님이라니 무슨 소리일까? 싶지만, 김현 시인이라면, 하고 수긍하게 되는 것이 있다. 독자를 궁금해하고, 독자를 참여케 하는 작가. 글을 언제나 함께읽고, ‘함께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독자.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 읽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 그래서 18번째의 편지에 이 편지를 읽고 계신다면 저희에게 답해주세요.’라는 문장을 읽자마자, ‘, 편지를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는지도 모르겠다.(한참이나 지난 시간의 편지임에도, 이 편지 안에 담긴 말의 힘이 그것을 뛰어넘어 지금의 나에게 도착하였으므로)

 

이제 정말로, ‘당신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차례다. ‘모모 님인 당신. 비워둔 당신의 자리에 앉아 이 책을 펼치면, 우리는 만나게 된다. 소설가와 시인이 보았던 영화의 세계를.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삶을.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이 세계를.

책이라는 형태로 엮은 이 편지들이 당신의 두 손에 제대로 도착한다면, 언제든지.

저자 소개 (저자: 조해진)

2004문예중앙에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 수상했다.

 

저자 소개 (저자: 김현)

2009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등을 펴냈다.

인생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항상 이 영화를 할지, 저 영화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내일 당신과 영화를 봐야 한다면 그 영화들 중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고르겠다.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말했다. “관객들이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목차

프롤로그 영화는 편지처럼 편지는 영화처럼

 

1부 상영 시간표를 확인해주세요

 

그렇게, 우리는 가까스로 인간

겨울 예감

외로움도 번역이 되나요?

나의 얼굴과 너의 얼굴이 마주 보는 일

저토록 작고 연약한 생명 앞에서

바라보는 마음

환대하는 마음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아요

Happy birthday dear our······

나는 살아 있습니다

마음이 동사와 일치하지 않을 때면

마음을 옮겨 나아갑니다

일하면 일할수록

능금 능금 능금 능금 능금 능금

이름이라는 첫인사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같은 생각을

손가락을 움직여서, 씁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은 외계인

우리 삶이 영화가 된다면

 

2부 모모 님이라고 부를게요

 

우리 각자의 장국영

남겨진 것들을 위한 빛

여성이 여성을 구한다는 것

시라는 선생님

연애편지를 써본 적이 있나요?

사랑은 잠 못 이루는 밤

끝을 알고도 선택하는 마음이라면

답장을 기다립니다

추억 채집자의 임무

여름날의 추억

 

에필로그 허공의 영화관에서 만나요

 

동시 상영 중인 영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