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X라는 문자 혹은 기호가 눈앞에 있다. 이 X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어 알파벳의 24번째 글자? 아니면 방정식의 x? 가위표? 10을 뜻하는 로마숫자? 죽음? 혹은 마블 코믹스의 X-men? 겨울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X‘mas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 좋아했던 만화책의 에피소드 중 X는 친구의 표식이라는 대사가 있어 X는 우정의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을 떠올렸든 모두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X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자이자 기호이다.

‘세상의 모든 X’의 저자 문환구는 제목 그대로 세상의 X에 관한 모든 것을 책에 담았다. 책을 펼치면 책의 1장에서는 무지와 미지의 의미로 쓰이는 X와 무지와 미지의 차이에 대하여, 2장에서는 수학에서의 X, 3장에서는 과학에서의 X, 4장에서는 성안드레아의 X모양 십자가, 5장에서는 변형된 X의 의미에 관하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X라는 문자의 의미 변화에 관해 서술한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내 안의 X라는 제목으로 다른 장에 담지 못한 X이야기를 다룬다.

X라는 대상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바가 없지만 생각보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롭다. 막상 X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인문학‧수학‧과학 전반에 관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저자는 X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다양한 이야기와 지식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예를 들면 이런 흐름이다. 자연적 현상을 다룬 드라마 X파일, 연예인X파일, 먹거리X파일 등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X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 즉, 미지와 무지를 뜻한다. 그렇다면 미지에는 어떤 케이스가 있을까? 알려진 앎(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것), 알려진 미지(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알려지지 않은 미지(우리가 모른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알려지지 않은 앎(알지만 고의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이렇게 X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미지의 종류에 대해 알고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 외에도 X-선, X염색체, 기하학에서의 X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X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과학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X는 두 개의 선이 서로 교차하는 모습이기도 하고, 하나의 선을 다른 선이 건너가는 형상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X라는 표시를 뜻하는 영어 단어 cross가 동사로 쓰일 때는 ‘건너다’ 또는 ‘교차하다’라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중략)....세상의 모든 갈라진 곳에 X라는 ‘건너가기’다리가 놓여야 한다. 201p 마치며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X’라는 대상에 대한 저자의 무한한 관심일지 모른다. 크게 생각해 본적 없는 한 대상에 대해 책 한 권을 집필할 수 있다니. 저자가 그랬듯 한 대상을 밑에서, 옆에서, 위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면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많은 것을 발견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나만의 X를 찾아보자.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주위를 둘러보자 내 앞엔 지금 네모난 포스트잇이 보인다. 포스트잇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냥 메모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빨간색 메모지가 집에 붙여져 있으면 차압딱지가 연상되기도 하며 영화에서 보면 수사관들이 하얀 유리 위에 수사 자료를 붙이는 것이 어느새 영화의 클리셰가...(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