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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 저자 : 이상원 지음
  • 출판사 : 황소자리
  • 발행연도 : 2020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701.7-ㅇ752ㅂ
  • ISBN : 9791185093994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 주 용

 

본래 직업이 따로 있음에도 다른 직업들에 눈길이 한 번씩 갈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번역가다. 꿈의 이면에는 번역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는데, 책을 읽은 후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가는 출판되지 못하는 번역물, 번역가의 원본과 전혀 다르게 개작해 이름만 빌려 출판하는 출판사, 번역 출판 이후 독자들의 따끔한 비평까지 견뎌내야 한다. 책 한 권을 번역하고 받을 보수에 비해 짊어져야 할 것들이 많아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일례로, 영화 속 자막 ‘orange slice’로 큰 곤욕을 치렀던 한 번역가에게 제기된 네티즌들의 사이버불링은 심각할 정도였다.

 

번역자가 해석한 본 글의 서문부터 직접 작성한 역자 후기까지, 독자들은 번역가의 문체와 필력으로 작가의 표현력을 따라가야 한다. 20년이 넘은 베테랑도 여전히 골머리를 싸맨 채 두 달이 넘어서야 한 권의 책을 번역해 내는데, 저작자 못지않게 고생하는 번역의 수고로움을 쉽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외국 작품들은 결국 번역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교차하여 우리네 정서와 교감시킬 수 있는 단어들을 채택한 그들의 걸작품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도 번역가의 힘이 컸다.

 

1998년부터 번역을 시작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번역가 이상원 교수는 해당 도서를 통해 번역가의 삶과 쉬이 접근할 수 없는 번역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 노릇을 톡톡히 한다. 원문 존중과 독자 고려의 논쟁 속에서 본인의 의지를 관철하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해, 참된 번역가가 되기 위해선 자기 사고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말, 독자들을 위해 한국어 글쓰기부터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번역가도 잃게 되는 것이 있었는데……

 

번역으로 실컷 연애를 하면서 잃어버린 것도 있다. 책 읽기를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나는 이제 더이상 시간이 날 때 책을 집어 들지 않는다. (중략) 취미로서의 독서를 잃어버린 것이 내가 치른 대가이다. (p.80)

 

작가는 번역이 연애와도 같다고 했다. 지나간 단어도 곱씹어보고 작가의 생각도 공감하며 올바른 길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 연애의 양상과 똑 닮았다. 저자는 번역하고 가르치고 공부하는 삼위일체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책에 쉽게 손댈 수 없는 것은 직업 정신으로서의 책이 더는 효용가치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사서의 처지에서 번역가를 바라봤을 때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번역을 통해 만나는 세상이 독자들에게 연애의 즐거움에 걸맞은 기쁨을 주듯, 번역가가 올바른 연애관을 사수하고 원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상원)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출판번역을 시작해 성서 그리고 역사》 《홍위병》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프리메이슨》 《콘택트》 《아버지와 아들》 《레베카》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90여 권의 번역서를 출판했다. 2000년부터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번역 강의를 했다. 2006년 이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며 인문학 글쓰기를 비롯한 교양 강좌들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업》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5

 

1부 번역을 하다

 

멋있는 일골 빠지는 일사이의 어딘가 13

내가 하는 일은 번역 16

번역이 밥벌이가 된 사연 21

굼벵이 속도를 견뎌내기 26

가장 힘들게 번역했던 책 독서의 탄생30

편집자와 궁합 맞추기 35

번역으로 얼마나 벌까? 41

옮긴이의 말이라는 것 46

고전 문학 작품의 번역 50

출판되지 못한 번역들 54

번역 평가라는 칼날 58

저작권 에이전트의 경험 64

번역하면서 나를 발견하다 68

번역으로 만나는 세상 72

번역은 연애다 78

 

2부 번역을 가르치다

 

왁자지껄한 번역 강의실 83

번역에는 정답이 없다 89

선입견을 버려야 번역이 된다 93

해석 연습을 넘어서기 98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읽기 103

유머 번역의 괴로움 109

당신의 한국어는 안녕하십니까? 114

나무 아닌 숲을 보기 121

제목 번역은 왜 어려운가 126

번역가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131

선생의 번역 오류 135

갑자기 무언가 번역하게 되었다면 140

생각해야 할 것 140

번역 수정으로 마무리되는 번역 수업 146

 

3부 번역을 공부하다

 

한국, 번역 공부의 천국 153

직역 옹호 유감 159

채식주의자 번역 소동을 보며 생각한 것 164

공짜 번역의 시대 171

인공지능이 인간 번역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178

한국어 종결 어미, 번역의 최종 병기 184

나는 왜 그녀를 꺼리는가 190

한국어 숙달수업에서 어떻게 한국어를 숙달시킬 것인가 195

번역가의 지위 201

영상 번역이라는 또 다른 세계 207

번역과 글쓰기 214

나라는 번역가의 한계 219

번역을 공부하는 이유 226

 

맺음말 232